계약 결혼을 새치기 했다.
처음엔 충동적인 마음이었다.
"나와 결혼하죠, 대공."
모노아 공녀의 말에 고민의 빛이 스친 대공의 눈을 본 순간, 로니아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임을 직감했다.
로니아 폼프레는 병약하다. 향후 몇 년 후에 죽게 될 것이다. 그녀에게 삶이란 늘 감사하고 '조심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가족들의 과보호도 돌봄도 미안하고 족쇄처럼 느껴진 순간, 그녀에겐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녀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고, 그녀와 타인으로 남을 수 있는 탈출구가.
작은 소망도 있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었다. 무의미한 치료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게 아니라. 계약일지라도 결혼이 해보고 싶었고, 병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처럼 지내보고 싶었다.
"그 결혼, 저와 해요 대공님!"
"내가 왜 그래야 합니까?"
불쾌하다는 눈으로 저를 보는 키네아 대공의 눈에 깃든 짜증을 읽었으면서도, 그래서 로니아는 굽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키네아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건, 이 세계가 책 속 세상이기 때문이다.
황자를 구하러 호수에 뛰어들어 열병을 앓은 로니아는... 기억해내고 말았다. 이곳이 책 속 세상이며, 키네아가 남자 주인공이라는 것을. 모노아 공녀는 악녀였다. 키네아와의 계약 결혼을 한 후 그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느끼는 바람에 집착하고 나중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도 악랄하게 괴롭히는 악녀였다.
그러니까 나만 이득이 아니야! 두 사람의 악연을 애초에 내가 끊어주는 거니까, 분명 대공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물었습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하지만 대공에게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더듬거리던 로니아는, 집에서 열심히 외워온 말을 뱉어냈다.
"아름다운 미모의 젊은 여성!"
"......."
"...과 깔끔한 이혼, 이요..."
로니아의 얼굴이 화르륵 타올랐다.
순식간에 그의 입에서 웃음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로니아는 잘못 본 것 같아 눈을 비비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키네아 대공이 진짜로 웃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그는 다소 짜증스러워하는 것도 귀찮아하는 것도 같았다. 성가신 물건을 앞에 둔 듯한 표정, 이를 어찌할까 고민하는 표정이기도 했다.
넋이 나간 빨간 얼굴의 로니아를 보며 키네아가 대답했다.
"좋습니다. 당신과 하겠습니다. 계약 결혼. 그러나 약속은 잘 지켜야 할 겁니다. 난, 약속 어기는 사람을 경멸하거든요."
"당연하죠! 바라는 바에요! 이혼!"
로니아가 양손을 불끈 쥐며 외쳤다.
*
계약 결혼은 잘 이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사고 안 치고 가만히 있는게 어렵습니까?"
"제발. 가만히 있으세요."
"...로니아 폼프레. 내가 어디까지 참아야 합니까?"
아닌가...
저택에서만 지낸 로니아는 여러 방면에서 서툴었다.
잘 진행되리라는 기대와 달리...키네아 대공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로니아 폼프레!"
대공님께서 저리 화내시는 건 처음 본다고 말하며, 집사는 조금 웃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정말로 계약 결혼은 안정이 되는 듯했다.
"당신과 닮았기에 사왔습니다."
아니, 안정된 것뿐만이 아니었다.
아뿔싸! 그와의 결혼 생활이...생각보다 너무 행복했다. 남들이 하는 걸 그냥 따라한 것뿐인데, 키네아는 생각보다 다정했고 살뜰했다. 기침을 달고 사는 로니아 폼프레를 위해 직접 지방까지 내려가 기관지에 좋은 약을 구해다주기까지 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곧 여주가 올 텐데.
그리고, 로니아 폼프레의 죽음도 다가오고 있었다.
계약 결혼까지 남은 날짜는 6개월, 여주가 등장하기까지도 6개월.
로니아 폼프레가 살 수 있다고 확답 받은 나이까지 남은 달은 고작 8개월.
'도망치자.'
하는 수 없었다. 그에게 죽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으니까!
좋은 휴양지에서 요양하다 삶을 마감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다! 로니아 폼프레는 아직 다 하지 못한 버킷리스트를 마저 채우기로 했다. 가족들도 그녀를 그리워했으니, 놀러오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임신 3주차입니다."
큰일 났다.
*
"왜 나를 떠났습니까? 내가 무심해서입니까? 후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애초에 계약 결혼이었잖아요."
찾아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키네아, 오랜만에 마주한 그의 얼굴은 많이 상해 있었다. 로니아는 울컥 울음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키네아의 곁엔...
"대공님! 어머..안녕하세요?"
그녀가 있었다. 로니아 폼프레가 떨어진 책 속 세계의 여주인공이.
철없는 아가씨 로니아 폼프레X존댓말 존잘남 키네아 대공
계약결혼/선결혼후연애/로코/가벼움/힐링물/가족물/까칠남-->다정남/후회남/발랄여주/햇살여주/엉뚱여주/시한부여주/사이다지향/존대남/임신/도망여주/밝은여주/중후반부 오해 약간, 금방 풀릴 예정/착각,오해/눈새여주/존대남주/공작남주/집착한스푼/가벼우면서도무거움/시한부 여주가 행복해지기까지./여주의 버킷리스트 뿌시기/오해/어긋남/돌고돌아사랑이돌아올때까지/깨발랄/밝은여주/사이다전개지향/로맨스코메디/힐링물/가족물
철없는 아가씨 로니아 폼프레X냉정한 T인간 키네아 대공
*미계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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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 아사샤(@asa__sha) 님
*표지 일러스트: 포보꼬 님
*메일:
[email protected]
*부제: 대공님! 저와 결혼해주세요!
*5화 이전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시한부는 계약결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