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까지 싹싹 긁어 몇 번이나 다시 읽었던 최애 로판 소설에 빙의했다.
여주인공이 아닌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하필 빙의를 해도 한심한 악녀인 공녀로 빙의해버렸다.
다행인 건, 내가 아직 황태자와 약혼하기 전이라는 것.
나는 원작을 비틀기로 결심했다.
마침 빙의한 다음 날이 공작 아빠가 황제에게 나와 황태자의 약혼을 부탁하러 가는 날이라, 나는 아빠부터 잡아 세웠다.
사실은 황태자가 아닌 북부 대공을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의외로 아빠는 딸의 변심을 쉽게 이해해주었다.
그런데.
“북부 대공과의 약혼서를 가져왔다, 리리!”
며칠 뒤, 이 미친 아빠가 황태자 대신 북부 대공과의 약혼서를 들고 왔다.
“나를 오랫동안 좋아했다고.”
거기다 북부 대공의 실사판까지 달고서.
아니, 이거 보세요. 아부지…
***
원작을 비틀려고 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하지, 약혼.”
북부 대공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나와의 약혼을 승인해주었고, 아빠는 이미 그를 사위처럼 대하고 있었다.
나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진행되어버린 북부 대공과의 약혼에 그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그런 내게 황태자가 찾아왔다.
“내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이런 짓까지 하다니.”
아무래도 이 황태자 놈은 내가 제 관심을 끌기 위해 북부 대공과 약혼하려는 건 줄 아는 모양이었다.
“관심이라면 충분히 끌었다. 그러니 이쯤에서 장난은 그만두고 내 약혼녀가 되어라.”
황태자가 제 손으로 직접 약혼서를 내게 내밀었다.
…이건 또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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