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짜에요! 7년 전에 백작님과 결혼했던 진짜 부인은 도망갔어요."
"그럼 네가 진짜인 척하면 되겠군."
가짜라는 걸 안 들키기 위해 개고생하기 싫어서 남주를 만나자마자 냉큼 진실을 알렸다.
그런데 일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걸까. 난 그냥 원작에서 탈주하고 싶을 뿐이었는데!
***
임신튀에 후회남 키워드를 내세워 대박이 난 <임신하고 튀었더니 남편이 내 아이를 하나 더 낳아줘, 라고 한다> 라는 소설 속 세상에서 태어났다.
그것도 하녀 오데뜨로.
그런데 여주가 너무 일찍 도망을 가버렸다.
전쟁터로 떠난 남주가 아직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임신튀를 한 것이다. 그것도 다른 남자랑!
'하긴! 7년 전쟁이었으니 기다리기도 지루했을 거야.'
그런데 인과율 때문인가?
임신튀 여주의 능력이 내게로 전승되었다.
"대박! 당장 하녀를 때려 치우고 길드나 차려서 돈 쓰는 재미로 사는 거야!"
짐을 싸서 나가려던 나는 백작에게 딱 걸렸고 도둑 누명까지 쓰게 된다.
백작은 댕강 목을 잘라버리기 전에 여주인 척하라고 협박하기에 이르고.
저기요, 그 남자 후회남이거든요?
원작의 남주는 악마의 주둥아리로 독자들에게 쌍욕을 먹었던 기승전 나쁜 남자였다.
드디어 '결'에서 후회하고 갱생하는데도 독자들이 계속 참고 소설을 읽었던 건 남주의 또다른 키워드.
바로 절륜남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마무시한 물건으로 낮이고 밤이고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자꾸자꾸 하고...
"안돼!"
그래서 남주가 전쟁에서 돌아오자마자 납작 엎드려 사실을 고했다.
"저는 아멜리 아가씨의 전담 하녀였어요. 아가씨는 도망갔고요."
"이제부터 네가 아멜리 하면 되겠네."
"예?"
"백작은 내게 약점이 잡혔다. 난 그걸로 충분해."
네, 알겠어요. 그 대신 절륜은 안 돼요. 저는 제가 소중하단 말이에요...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남주가 셔츠 단추를 풀었다.
"뭐 하고 있지, 아멜리? 전쟁에서 돌아온 남편을 위로해 줘야 할 시간인데 말이야."
아무래도 임신튀는 내가 할 판이다. 저기요, 이 세계 콘돔 없나요?
아니! 그냥 저 좀 버려 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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