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사랑을 만난 줄 알았다.
이보다 달콤할 수 있을까 행복의 여운에 젖기도 전에
그녀를 덮쳐온 건 사랑에 빠진 남자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전생에,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리더인 그, 그리고 그의 멤버들의 목숨을 구해준 걸
이번 생에 돌려받는 바람에 남은 수명이 400년이 넘는다고?
그들을 살리고 싶으면 방법은 하나 뿐. 함께 밤을 보내야 한다.
마음을 준 남자와, 취향 별로 준비 된 4명의 남자
다섯의 남자가 그녀에게 집착한다
함께 하는 밤이 길어질 수록 점점 알게 되는 전생의 기억
우리는 왜 얽히게 된 걸까
**
“명줄이 사람 명줄이 아닌데?”
또, 또 같은 소리다.
따뜻한 아랫목에 색색의 천이 주렁주렁. 코끝을 스치는 향내가 익숙한 곳.
굵은 초는 불을 일렁이고 과자와 아이들 장난감이 쌓여있다.
“아니, 언니 명줄이 끝이 안 보여. 이런 명줄은 처음 봐.”
신내림을 받기에는 어려 보이기까지 한 아가씨가 딸랑이를 흔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언니가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달라고 한다니까? 그걸 줄지 말지는 언니가 결정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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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한테 얽혔어. 자네들 다.”
손가락으로 뒤에 앉은 루미에르를 가리키는 스님의 얼굴에는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지독하게도 얽혔구먼. 그렇게 선하게 잘 살아놓고. 빚을 크게 졌네. 근데…. 이게 한 세대에 모인 건 무슨 장난질인지. 쯧쯧.”
“무슨 말씀…인지….”
“몇 번의 생에 걸쳐 같은 사람이 자네들의 생명의 은인이 구만. 자네들 아니었으면 제 명대로 살았을 팔자인데 몇 번이고 단명한 사람이 있네. 그걸 이번 생에 다 갚은 게지. 그이가 자네들이 빚진 생을 다 갖고 있는데…. 이걸 어찌할꼬….”
살고 싶으면 다섯 남자와 연을 맺어야 한다.
*
“그렇잖아? 우린 누나 덕분에 사는 거야.”
“그러니까…. 누나가 그런 표정 할 것 없어. 당당하게 굴어. 우리는 누나한테 고마워해야지.”
푹 숙인 서아의 머리 옆으로 세겸의 얼굴이 바짝 붙었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작은 몸이 열감에 바들 거리는 걸 보고 있자니 뱀처럼 통째로 삼키고 싶어지는 광경이었다.
“이제 다른 남자 이야기는 그만하고…. 우리 이야기나 해 볼까?”
*
“나, 불편하죠?”
피식 웃은 제아가 그녀의 생각을 정확히 읽었다.
“나도 불편해요. 근데 이해해. 우리 이번이 두 번째 보는 건데 어떻게 편해요.”
그가 다리를 꼬고 무릎 위에 모아 쥔 양손을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면, 나도 다른 사람처럼 방긋 거리고 친절할 수 있지. 근데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요. 그래도 생명의 은인인데.”
*
“누나한테서 진짜 좋은 향기 나는 거 알아요? 이런 향수 있으면 내가 사고 싶은데.”
화원에서 곱게 자란 장미의 은근한 향이 아닌 야생에서 자란 날 것 그대로의 향이었다.
“하…. 죄송해요. 너무 긴장해서…. 이런 일이 처음이라-. 제가 좀 서툴러서….”
횡설수설하며 달아오른 얼굴을 문지르는 한빈을 본 여자의 얼굴이 미묘해졌다.
*
“나는, 그래. 네가 결정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상처받을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혼자만의 생각이었긴 해도 나는 너를 정말 소중하게 대하고 싶었어.”
예준의 손이 보드라운 서아의 볼을 쓰다듬었다.
조금의 거짓도 섞이지 않은 진심이었다.
아껴주고 싶고 숨겨두고 혼자 사랑해주고 싶으면서도 자랑하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마음이 벅찼었다.
*
"너는 울면 안 되겠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가를 검지로 훔친 해이가 속삭였다.
‘우는 얼굴이 더 보고 싶어지는데. 이건 좀.’
위험한 생각 아닌가.
손가락 끝에 맺힌 눈물방울을 입에 물었다. 짭짤한 맛이 나쁘지 않다.
전신에 물로 헹궈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백단향 향기가 눅진하게 들러붙었다.
*
“혼자 남아있으면….”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면 뜨거운 열기가 빠르게 식으며 적막감만 남은 집에 덩그러니 남는다.
그러면 상대와 어떤 시간을 보냈든 간에 남는 건 뚜렷한 죄책감과 허무함이었다.
*
어두운 오솔길을 따라가면 반복되는 추락.
흐드러진 동백 꽃잎 아래 붉게 물든 눈 밭.
타오르는 불길.
어두운 바다에 뜬 쪽 빛 달.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인연이 된 걸까
망가질까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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