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세상이 망했다.
하지만 또 다르게 보면 세상은 망하지 않았다.
그래.
‘세상’을 인간이 아니라 지구라고 생각하면 망하지 않았다.
지구 입장에서는 무단으로 자신의 땅을 점거하고 있는 불법 체류자이면서, 바이러스이고, 해충이나 다름없는 인간을 내쫓은 것에 불과할 테니까.
인간의 세상이 망해간다.
듣도 보도 못한 존재가 나타나 여자를 겁탈하기도 하고, 직접 사냥해 어미가 보는 앞에서 아이를 오도독오도독 씹어먹는 세상이 도래했다.
그 세상에서 나는 무려 17년이나 생존했고,
사람을 너무 믿어 9년 넘게 식물인간처럼 지냈으며,
이제 그 끝이 오고 있다.
그래. 이제 편해지겠구나. 나도 이제 곧 이 지독한 고통에서 해방되겠지.
나도 그런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