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 5년 차에 무대사고로 죽었다.
불쌍한 인생이니 천국에 가려나 싶었지만, 웬걸.
한 로판 작가에게 붙잡혀 조연 배역에만 빙의 당하고 있다.
그렇게 로맨스도, 서사도 없는 하녀 배역만 무려 7번째.
늘 하던대로 여주를 곱게 키워 냉혈한 공작에게 시집보내려 했는데... ...
"손바닥이 왜 이렇지? 백작가는 하녀 취급을 이런 식으로 하나?"
"앞으로 트래비스 영애의 목욕 시중은 다른 하녀에게 맡기도록 하지. 네 손에 물을 묻히는 건 내키지않는군."
"많이 먹어둬. 아침에 갓 잡은 송아지 고기다."
아니, 냉혈한이라면서요?
나한테만 왜 이래!
***
“... ... 날 대하기가 그렇게 어렵나?”
“네?”
“나름 권위적으로 굴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데, 나와 눈만 마주치면 좀도둑처럼 구는군.”
내가 모르는 새에 ‘권위적’의 뜻이 바뀌었나? 나는 공손한 어투로 어물어물 답했다.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점은 감사하지만, 공작님은 고위 귀족이시고 제 고용주시니까... ....”
“편안히 대할 수만은 없다?”
“... ...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막시밀리안은 여전히 내 시선을 피한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내 시원한 입매가 꾹 다물리고 도톰한 입술이 앞으로 비죽 내밀어졌다.
저기요... ...
제가 뭘 했다고 삐지시는 건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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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익명님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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