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를 사랑하는 악녀에 빙의했다.
그것도 그의 가문의 원수가 되어 죽임을 당하는 비운의 악녀.
그래서 가문이 그에게 멸문당하기 전에 도망치려 했지만.
‘그 아이를…지켜줘. 이게 내 부탁이야.’
남주의 누나이자, 친구의 부탁에 결국 도망치지 못했다.
대신.
“제 약혼자로 삼아주세요.”
“….”
“괜찮잖아요? 인질로.”
잔뜩 겁에 질려, 경계를 넘어 분노를 일렁이는 어린 남주를 도와주기로 했다.
원망과 혐오의 눈초리를 감내하면서.
*
가문에 복수의 칼날을 가는 남주를 다루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치워.”
밥을 먹이고,
“그렇게 검만 잡지 마. 공부해.”
“…나한테 신경꺼. 역겨우니까.”
“복수에는 검술만 필요한 게 아닌 거 알잖아?”
또래에 맞게 키우고,
“오늘 결혼식인데…신랑분이 나타나시질 않네요.”
“못 들었어요? 아리엘님 약혼자가 그렇게 망나니라면서요.”
망나니 소리를 듣는 그를 결혼식장에 데리고 오고,
“정말 너무 하세요. 첫날밤에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가셨다면서요?”
그를 혼자 기다리는 일.
하지만,
일련의 그런 일들보다 더 힘들었던 건.
“아리엘 제발 날 욕하고 때려. 그래서 내가 널 원망할 수 있게.”
“….”
“…그렇게 복수를 예정대로 이행할 수 있게.”
그가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
“빌어먹을 당신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고백을 듣는 일.
그래서 나는,
결국 도망쳤다.
그가 복수를 이행할 수 있게, 더 이상 그를 괴롭히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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