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지 5년 차. 나는 아직도 여기가 어떤 세계관인지 모른다.
“원작 그게 뭐지. 먹는 건가”
원작 몰라도 드래곤을 쪼물거리는 훈련사 직업에 매우 만족한다! 이대로 가늘고 길게 사는 게 소원이야!
플래그 같은 생각을 해서였을까?
“내 드래곤의 전속 훈련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는데.”
“죄송합니다, 공작 전하. 맡을 수 없습니다.”
개연성 넘치는 외모의 공작이 고용주가 되는 건 바라지 않아! 피하는 게 상책이야!
“언제까지 고집을 부릴지 궁금해지는군.”
어라, 지금 내가 뭔가 잘못 건드린 건가? 왜 집착남 같은 대사를 공작이 내뱉는 거지? 플래그 멈춰!
* * *
“훈련 대상을 추가하고 싶은데.”
푸른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더니, 알바란트 공작이 긴 다리를 쭉쭉 뻗으며 내게 다가왔다.
“해줄 수 있겠나?”
기묘한 압박감에 눈을 굴리다가 시선을 피하면서 대꾸했다.
“훈련은 끝냈습니다만…….”
“아니지. 그대가 건드려놓고 끝마치지 않은 게 있지 않나?”
그의 입가에 유려한 미소가 걸리더니, 나직하게 속삭였다.
“홀렸으면 책임져야지. 훈련 시키지 않으면 내 멋대로 굴 텐데?”
허리를 슬쩍 감아오며, 공작은 유쾌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쪽이 취향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맞춰주겠지만.”
저기요, 전 드래곤 훈련사지, 인간 조련사가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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