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의 어느 겨울, 작고 조용하지만 온천으로 유명한 그린우드 영지에 공작가의 식구가 휴양하러 오게 됐다.
여자아이로 착각할뻔할 정도로 예쁘게 생긴 공작가의 둘째 아들, 미하일과 어쩌다가 친한 친구가 되었지만 어느새 미하일이 좋아져버렸다. 점차 커져가는 마음을 감당하지 못해 고백하려고 했지만….
“사랑이라니.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일 뿐이야.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엘라와 내가 사귈 일은 없어. 절대. 그런 소리 듣는 것조차 불쾌하군.”
친구들과 대화하는 미하일의 말을 우연히 듣게 됐다. 결국 마음 한 조각조차 꺼내보지도 못하고 접어야 했던 나는 미하일을 잊어보려 멀리 떨어져 있는 타국의 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났다.
7년이 흐르고 이제 미하일을 봐도 아무렇지 않게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아카데미 졸업 후 로힌느 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남자가 엘라를 내려다보며 여유 있게 미소지었다. 웃을 때 휘어지는 눈매며 입가가 익숙했다. 저렇게 웃는 사람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엘라의 시선이 남자의 머리카락으로 향했다. 야외 조명에 빛을 받아 주황색으로 아롱거리고 있었다. 원래는 밝은 백금발이었을 것이다. 흔들리는 동공이 남자의 아름다운 이목구비로 향했을 때 엘라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미하일?”
“맞아. 오랜만이야, 엘라. 보고 싶었어.”
미하일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미하일이 엘라의 어깨를 한 손으로 감싸 쥐며 품으로 끌어안았다.
예전에는 키가 엇비슷해 고개가 어깨 위로 나왔는데 지금은 넓은 가슴팍에 완전히 끌어 안겨졌다. 따뜻한 체온과 함께 엘라가 이미 알고 있는 청량한 향기가 은은하게 배어나왔다.
겨우 마음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던 내게 친구가 남자로 다가와 날 흔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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