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세계가 멸망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아포칼립스 카운트 다운을 시작합니다.]
이에 대항할 각성자들은 주어진 권능에 맞춰 저마다 직업을 선택했다.
마법사, 정령사, 격투가, 성기사....기타 등등
하지만, 난?
"난 왜 힐러 뿐이냐고!!"
혼자 살아남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힐러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
*
종말이 다가온 세계의 힐러라곤 나 하나 뿐이었다.
괜히 들켜봐야 귀찮아 질 것 같아 신분을 숨긴 채 지내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경쟁자를 치료해줬다.
평소에는 경쟁의식을 불태우던 남자였지만
실력도 쓸만하고 또 이 일 저 일 겪으면서 악연이 쌓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떠난다고?"
그를 치료한 뒤 이제 슬슬 떠나려 했다.
이 남자는 내가 없어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고
나 역시 이 남자와 더 얽히고 싶진 않았으니까.
"뭐, 좋아. 떠난다니 말리지 않을게. 근데……."
분명, 이 남자도 내가 떠난다면 달가워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떠날거면 그 검으로 날 찔러서 버림받기 전으로 돌려놓고 가."
이렇게 집착이 심해질 줄 알았다면 그때 치료하지 말걸.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
*
"내가 지켜줄게. 종말에서도 너를……."
남자가 저와 함께 가자는 말을 잇던 도중 강화 좀비가 달려들었다.
그걸 보자마자 주먹을 꽉 쥔 뒤 좀비 머리를 가격했다.
"끄어어어어……."
주먹을 맞은 좀비가 신음을 흘리며 가루로 변했다.
온갖 고생을 하던 남자가 그 모습을 허망히 지켜봤다.
"네? 뭐라고요?"
누가 누굴 지켜준다고?
아쉽게도 저들이 날 지켜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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