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황태자와 밤을 보내버렸다.
미치고 팔짝 뛰어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어쩌자고 황태자와 밤을 보낸 건지.
“없던 일로 하죠.”
이렇게 된 거 깨끗하게 잊으려고 했는데…….
“책임지겠어. 결혼, 하지.”
……세상에. 친애하는 황태자께서 단단히 돌았나 보다.
***
다행히 황태자는 돌은 게 아니었다.
단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이혼을 조건으로 결혼하잔다.
그렇게 이혼할 때까지만 사랑하는 척 연기하기로 했는데, 황태자가 이상하다?
“전하, 좀 떨어지세요.”
“남편이 아내와 스킨십 좀 하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지?”
“아래에 그것 좀 치워…….”
“그게 뭐지?”
새빨개진 내 얼굴은 신경도 안 쓰는 걸까? 그가 귀를 약하게 깨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게 뭔지 물었는데.”
……그걸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전하?
***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점차 이상해지는 우리 관계를 원래대로 되돌려야 했다.
그래서 합의이혼 신청서에 문장을 찍고 그에게 가져갔는데…….
“이혼하자고?”
“네, 이제 해야 하지 않을……. 전하, 지금 뭘 하시는 건가요?”
그걸 산산조각 내버리시면 어떻게 하죠?
황망해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가 단숨에 내 허리를 휘어 감았다.
“이혼은 절대 안 돼.”
“저희의 약속이…….”
머리카락 사이로 기다란 손가락이 야릇하게 파고들었다.
“약속은, 깨라고 있는 거야.”
무언가를 애타게 원하는 듯, 그의 눈빛이 은밀해졌다.
키스할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그가 요염하게 웃으며, 내 입술을 뭉근하게 쓸어내렸다.
“내가 그대를 사랑한다는 거 알지 않나. 왜 모른 척해.”
“…….”
“나는 당신, 절대로 못 놔 줘.”
……아무래도 망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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