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피폐 역하렘 소설의 악녀에 빙의했다. 그것도 흑막이자 최종 보스, 자신의 죽음마저 주인공들에게 빅 엿을 선사하는 데 쓰는 또라이 악녀에게!
그래도 괜찮아. 회개하면 돼. 요즘 회개하고 빵집 차리는 악녀가 유행이라더라- 하고 생각하였으나,
[<주의!> '아리아 로즈옌'은 그런 말랑말랑하고 폭신한 단어 따위 쓰지 않습니다!]
[페널티가 발동합니다.]
[페널티 : 오한 1시간]
이 미친 시스템이 날 회개하게 내버려 두질 않는다! 악녀 살려!
***
[빙의 / (강제) 시한부 / 착각계 / 계약결혼 / 퇴사를 바라는 k-직장인 / 시한부지만 나름 튼튼함 / 시한부로 착각 당하는 여주 / 여주가 시한부인 줄 알고 미쳐 돌아가는 주변 사람들]
#의도치 않은 병약 컨셉 여주 #여주 피에 환장하는 남주 #부부 사기단
***
침착해, 후- 침착하라고, 아리아 로즈옌.
시스템이 좀 미쳤어도 어때. 나는 무조건 잘 탈출해서 퇴사(1순위)와 돈 많은 백수(2순위)가 되고 말 거다. 그런데.
“시한부 판정이라도 받았나? 그래서 지금 이러는 건가?”
네?
“어쩔 수 없군. 그대는 사슴처럼 여리니 내가 돌볼 수밖에.”
네?
“결혼하자고, 아리아 로즈옌.”
갑자기 남주놈이 회까닥했는지 이상한 말을 해대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플랜 B다.
“약속해줘. 3년 뒤에 이혼해주겠다고. 어차피 당신은 황제의 압박에서 벗어날 이름뿐인 대공비가 필요한 거잖아? 그러니까 나랑 계약해. 장미 정원의 개차반이면 꽤 쓸만한 방패막이일 테니까.”
그래서 할 수 없이 남주놈1인 북부대공에게 계약 결혼을 제안했다.
한마디로 풀타임 계약직 제안이라 이거지. 너 사장, 나 계약직. 3년 뒤에 퇴사. 알 유 언더스탠드?
그런데, 3년 뒤…
“분명 이혼해주겠다고 했잖아!”
“글쎄, 내가 그랬던가?”
미친 남주놈이 퇴사를 안 시켜준다! XX!
“설마,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궁금하면 어디 한 번 해봐. 나와 평생 술래잡기가 하고 싶다면, 기꺼이 응해주지.”
이런, 망할! 여주에게 집착해야 할 정실 1호 북부대공이 왜 나한테 집착을 하냐고?!
.
.
.
“그거 알아? 그대가 피를 흘릴 때마다 네 살결을 베어 물고 싶어져. 미친 듯이.”
뭐?
***
“안 되겠어. 우리 각방 써.”
파란만장 결혼 생활의 어느 날.
대공과의 의무 티타임 시간에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남자의 앞에 앉아 있던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지.”
그러자 남자가 잘생긴 눈썹을 쓱 들어 올리며 물었다. 나는 이번에도 무척 진지하게 답했다.
“내가 널 덮칠 것 같아.”
쌔앵-
어디선가 싸늘한 북부의 바람이 불어오는 듯했다.
우리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자 그렇지 않아도 겨울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추운 이곳에서 기온이 한층 뚝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달칵.
테오도르가 찻잔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늘씬하게 꼰 허벅지 위에 깍지 낀 손을 올려놓더니 답했다.
“기각하지.”
“뭐? 왜?”
“계약서 제 52항 3조. 부부의 의무.”
내가 정말 이해가 안 돼서 되묻자 남자는 얄밉게 웃으며 거의 30장에 달하던 그 ‘사기 결혼 계약서’를 언급했다.
“분명 대공비로써 부부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나.”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있잖아!”
이 돌아버린 가문은 대체 사업체가 몇 개나 되는 건지 올라오는 서류만 분류해도 하루의 1/3은 날아가곤 했다.
차라리 아주 쭉정이만 모아놨다면 나도 설렁설렁하면 될 텐데, 테오도르 이 미친놈은 나한테 금광이라든지 다이아 광산 같은 듣기만 해도 소시민 손이 벌벌 떨리는 대공가의 밥줄을 맡기기까지 했다고!
“그게 아니야. 아리아.”
계약한 김에 옳다구나! 하고 부려먹을 생각인지 하도 일을 시켜대서 가신들은 이제 뭔 일이 생겼다 하면 테오도르 보다 날 먼저 찾는 것 같다.
망할. 이거 어디서 본 레퍼토리 같은데?
나한테 일 몰아놓고 토꼈던 전 선임을 떠올리다가 씩씩거리며 답하자 테오도르가 가소롭다는 듯이 픽 웃는다.
“부부가 뭐지?”
“이제 단어까지 까먹었니? 가정교사 붙여줘?”
“내가 남편이고 넌 아내니까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지.”
내가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잘생긴 남자가 몹시 잘생긴 미소-내가 보기엔 얄미워 죽겠는-를 지으며 사교계의 어린 영애들이 껌벅 죽는 그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부부의 의무에는 후계자 생산이 포함되거든.”
뭐?
“우리의 의무를 다하자고.”
XX. 이래서 계약서에 사인은 신중히 해야 되는 건데.
*퇴사하고 싶은 k-직장인의 눈물나는 퇴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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