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자꾸 도망치지 마.”
데비스가 내뱉는 습하고 거친 숨결이 그녀의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터질 듯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입술이 천천히 그녀 목 위에 맞닿았다.
그와 닿는 마찰감이 주는 자극에 그녀는 몸을 움찔거렸다.
데비스의 시린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을 끈적하게 감싸 쥐었다.
그녀의 살갗이 질척하게 녹아내려 손가락 마디가 뭉텅 사라졌다가 다시 생기는 것만 같았다.
“그럴수록 더 갖고 싶어지니까.”
그가 나른하게 흐트러진 눈으로 그녀를 찬찬히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삼켜버릴 듯, 그의 동공이 치열하게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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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공작 데비스를 짝사랑하는 조연 악녀 레젤린으로 빙의했다.
질투에 눈이 멀어 여주를 죽이려다 들켜 죽는 운명이었다.
악녀라도 돈 많고 아름다운 귀족 영애가 된 이 몸을 그냥 죽게 둘 순 없었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원작을 비틀어버렸다.
화를 내고, 부수고, 도망쳤다.
파혼 후 도망쳐 조용히 살고 싶었다.
“파혼 좀 해주실래요? 바쁘니까, 최대한 빨리요.”
“난 네 요구에 응해줄 생각이 없는데.”
데비스는 파혼 서류를 바닥에 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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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공작의 집착은 점점 더 심해지고,
“너한테서 단 향기가 나. 그게 날 미치게 해.”
낯선 남자가 그녀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고,
“내 딸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해주마.”
손절했던 아버지의 주접과,
“영애께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를 선물해드리고 싶어요.”
여주까지 그녀에게 꽂혀버렸다.
조용히 살고 싶은 그녀의 삶에 소설 속 인물들이 다시 엉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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