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물 속 여우 수인 노예가 되어버렸다.
구미호의 피가 섞여 털이 하얗고, 목숨이 아홉 개인 괴물이.
노예 신분 벗어나는 건 일도 아니라 바로 탈출했다.
그리고 피폐한 서브남주 용사의 운명을 바꿔주기로 결심했다.
빙의한 여주를 사랑하게 되지만, 끝내 그녀에게도 버려지고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는 용사를.
아홉 개나 되는 목숨, 몇 개만 주면 되겠지.
"내가 너 하나는 지킬 수 있어."
"지키지 말고 죽여달라고."
마왕을 죽일 때까지 끝없이 회귀해야 했던 용사가 자꾸만 시커먼 눈으로 철벽을 쳤지만, 상관하지 않고 옆에 붙어 다녔다.
“싫으면 날 도와서 저들을 구하든가.”
“난 널 지키려고 왔는데.”
히죽 웃으며 말하자, 그가 이상한 표정을 했다.
“난 괴물이니까, 네가 이용하다가 죽여도 괜찮잖아.”
“....”
답은 없었지만 그래도 알아들은 것 같았는데.
“아레스?”
목숨 두 개만 남기고 최후의 전투를 앞두었을 때.
그가 마왕 앞으로 뛰어들려는 나를 붙잡았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너는 나를 지킨다며.”
“응, 그러니까.”
“...그러니까, 여기 있어야지.”
더는 날 위해 죽지 않겠다고 했잖아.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그가 웅얼거렸다.
나를 옭아매듯 끌어안고서.
황제 감금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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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솜예나님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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