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로 사느니 차라리 악녀가 되겠어.’
끔찍한 죽음에서 회귀한 카샤는 결심했다.
마도구 제작자로 순진하게 이용당하다가 고문당해 죽는 삶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이번에는 가지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지고,
세상을 파멸시킨 악녀가 아니라 세상을 구하는 악녀가 되리라.
내게 먼저 다가온 남자가 아니라, 내가 갖고 싶은 남자를 가지리라.
그래서, 음흉한 전 연인 사이먼 대신 그를 선택했다.
색욕의 저주에 걸린 성기사 리온.
그는 회귀 전 삶에서 그녀의 의도치 않은 첫번째 희생자이자, 그녀가 동경했던 남자였다.
그와의 계약연애를 통해 사이먼을 떼어내는 대신, 그의 저주를 풀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의 욕구를 다스릴 수 있으리라는 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카샤. 당신 손은 참 차군.”
“네.”
“…입술은 어떨까?”
“……?”
흠칫 물러서는 그녀의 목덜미를, 그가 빠르게 잡아챘다.
“계약연애도, 일종의 연애잖아.”
“리온…!”
“안 그런가?”
욕망으로 번들대는 그의 눈동자가, 뜨거운 입술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그가 헐떡이며 애원했다.
“도망치지 마, 카샤. 날 혐오해도 좋으니.”
타락한 성기사가, 악녀인 내게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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