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를 학대하다가 몰살당하는 가문의 사생아로 빙의했다.
노예의 정체는 제국에 하나뿐인 공작가의 잃어버린 아들. …남자주인공이었다.
나는 그를 빼돌려 공작가에 데려다주기로 마음먹었다.
몰살 엔딩도 방지할 겸, 그의 앞에 걸린 사례금도 받을 겸?
그 돈으로 이 거지 같은 집에서 탈출하고 내 사업 자금으로 써야지.
*
“감사합니다. 공작님.”
남주와 사례금을 맞바꾸었을 때, 남주의 얼굴이 어딘가 배신감으로 얼룩진 거 같기도 했지만….
뭐. 이젠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다.
남주에게 친절을 베풀어서 괜히 남주에게 집착을 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선을 지켰기 때문이지.
5년 뒤, 로판 세계에서 ‘편의점’이라는 걸 차려 대성공한 내게 어느 날 수상한 손님이 찾아왔다.
“어서 오세요!”
황도에서 잘 생기기로 유명한 기사단장, 길드장, 사제를 단골손님으로 둔 나조차도 숨을 절로 참게 만드는 미모의 손님이었다.
“찾으시는 물건이라도,”
“여기.”
“네?”
“내 눈앞에 있잖아.”
그의 시선이 정확히 나에게 내리꽂혔다. 내가 오른쪽으로 한 걸음 물리자, 그의 시선이 질기게 따라붙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가 파는 물건은 아니라서….”
얼른 고개를 숙이려던 나는 손님의 입에서 나온 낯설고도 익숙한 호칭에 눈을 번쩍 떴다.
“주인님.”
“...네?”
그와 동시에 내 100점짜리 영업용 미소가 파사삭 무너졌다.
“처음부터 사례금을 노리고 나한테 잘해준 거였어요?”
그게 꼭 사례금 때문만은 아니고 여러 이유가 있긴 한데요…. 사망 플래그도 피하고 당신 집착도 피하고…. 뭐 등등…?
“뭐, 그건 이제 상관없습니다. 여전히 내 주인은 이스티라, 당신뿐이니까.”
그가 셔츠 단추를 풀더니 제 가슴팍에 찍힌 노예 낙인을 보였다.
나를 올려다보는 공작의 빨간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짙은 집착의 향기에, 나는 천천히 걸음을 물렸다.
“나를 샀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셔야죠. 그때처럼, 한 이불도 덮고…. 밤도 같이 보내고?”
…나, 남주의 집착에서 안전한 거 아니었어?
*
“사장님, 적립금 사용... 가주님?”
“이스티라! 이거 1+1은…. 데클란?”
“자매님, 혹시 오늘 폐기…. 데클란 공작님?”
편의점을 찾은 단골들은, 내 조끼를 억지로 뺏어 물건을 나르던 남주를 보고서 나에게 항의했다.
자기들도 여기서 일하게 해달라나 뭐라나.
‘일하고 싶으면 경력 쌓아서 지원서 가지고 오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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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더기두기 님
*미계약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