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극은, 내가 공포물에 버금가는 피폐물 여주인공 이브 메이든에 빙의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왜, 왜 이러세요 폐하…….”
“왜? 왜냐고 물었나?”
“제발…….”
머리끈을 집으려던 가녀린 손을 단정한 구둣발이 짓밟는다.
짓눌린 손끝에서는 새빨간 피가 배어 나온다.
서늘한 눈동자 아래 붉은 입술이 매혹적으로 휘었다.
“넌 내 것이다, 이브. 내가 네 목숨을 빼앗는 그 날까지, 내 것이야.”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 그는 나와 결혼했다.
그리고 나는 외쳤다.
이게 웬…… 횡재냐!
피폐물 작가 인생 6년 차, 내가 쓴 피폐물에 빙의했다.
빙의하자마자 깨달았다.
내가 빙의한 이유는, 저 어여쁜 남자의 눈물을 보기 위해서라고.
***
“죽어라.”
“……네?”
“네 친구를 살려달라며. 그럼 네가 대신 죽어야지.”
그가 잘 벼려진 단검을 내 앞에 던진다.
그럴 줄 알았다. 원작이 그랬으니.
'질투에 미친 표정까지, 완벽하잖아?'
기쁜 마음을 숨기고 피폐 여주답게 떨리는 손으로 나는 단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내 손목을 그었다.
칼이 닿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가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일부러 팔을 흔들었으니 더 난리다.
격정적으로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을 보니, 뿌듯한 미소가 피어 오른다.
웃음을 참고 혼신의 연기를 다하는 나를 향해 달려오는 카시안을 보며, 나는 곧 죽을 사람처럼 눈을 감았다.
***
그렇게 남주를 완벽히 길들였다 생각했건만.
“감히 내 앞에서 네 시선을 받다니, 겁도 없군.”
대답도 듣지않은 카시안이 시종의 목을 베었다.
새하얀 카펫을 적신 붉은 피를 즈려밟고서 그가 내 가까이 다가왔다.
"주인님, 넌 내꺼잖아. 새 장난감 따위 들이도록 둘줄 알았어?"
무릎 꿇은 그가 내 발목에 키스했다.
아무래도, 예상보다 남주가 더 격하게 미친 모양이다.
#곱게미친여주 #제대로미친남주 #피폐의탈을쓴로코 #개그 #집착남주 #계략남주 #계략여주 #폭군 #앞길을가로막는건모두던져버리는여주 #여주의게임을즐기는남주 #불도저여주 #또라이와또라이의대결 #책빙의 #약착각계
*미계약작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