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검(劍). 그것은 새파란 광채가 일렁이는 짧은 단검(短劍)이었다.여인(女人).일신에는 마치 눈처럼 희디흰 백의(白衣)를 걸친 아름다운 용모의 소부인(少婦人)이었다.백의소부인의 용모는 진정 아름다웠다. 정갈하게 쪽진 머리와 가을 하늘처럼 맑고 신선한 광채로 조용히 일렁이는 두 눈, 두 뺨은 하늘 한 구석을 소리없이 적시는 노을처럼 붉디 붉고, 주사빛 붉은 입술은 탐나도록 농염(濃艶)하니 천향(天香)의 미색(美色)이라고나 할까?보석(寶石)이 그 희귀성으로 가치가 있듯, 이러한 여인은 천만 인이 섞여 사는 인세(人世)에서도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미인(美人)이 아니다.여인(女人)은 지금 흰 백포(白布)로 검을 닦고 있었다.여인의 옆에는 이제 겨우 다섯 살 쯤 되어 보이는 소동(少童)과 기이한 형태의 화초(花草)가 심어져 있는 화분(花盆)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화분의 화초는 인간과 심령(心靈)이 통한다는 영초(靈草)인 심령초(心靈草)였다. 하나 이미 심령초는 그 푸르름을 잃고 시들어 있었다.한 자루 단검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소부인, 그리고 시들어 버린 영초와 천진난만한 소동.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하나의 방 안에 함께 자리해 있었다.방 안은 조용했다. 이따금 검을 닦는 손길을 멈추고 하늘을 우러르는 여인의 작은 동작만이 침묵을 깰 뿐이다. 그러는 그녀의 두 눈은 담뿍 애수(哀愁)를 담고 있었다.그리고 한 노인(老人)이 방문 앞에 부복한 채 석고상마냥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숨소리조차 미약해 어찌보면 노인이 방문 앞에 있다는 그 존재조차 망각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