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오늘도 그는 낙엽을 쓸고 있다. 너무나 오랫동안 낙엽과 함께 한 탓일까? 그는 점점 낙엽의 쓸쓸함을 닮아가는 것만 같다.오늘도 나는 그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못했다. 다만 그의 치렁치렁한 흑발이 바람에 날릴 때마다 가끔씩 드러나곤 하던 서늘한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시월 초 닷새.강호무림(江湖武林)은 무공을 자신의 생명보다도 중요시 여기는 곳이다. 또한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허리에 찬 한 자루의 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세계였다.정통 무림명문임을 자랑하는 구파일방(九派一 )이 무림천하를 군림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강호인들은 저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하여, 또는 사문(師門)의 영광을 위하여 오늘도 검을 갈며 투혼(鬪魂)을 불사르고 있다.때는 무력(武歷) 육백오십 년.당금 무림은 양대산맥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첫번째 산맥은 바로 백화성(白花城)이다. 백화성은 지금으로부터 육십 년 전 구파일방이 중심이 되어 사마외도(邪魔外道)를 척결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였다. 백화성의 초대 성주는 만세지존협(萬歲至尊俠) 백선결(白仙潔)이었다. 백화성은 백선결이 초대성주를 맡은 이후 지금까지 줄곧 세습제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백씨일가를 능가할만한 무림명가가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백화성이 있는 한 무림은 태평성대를 유지했다. 그것은 구파일방이 백화성의 모태가 된 원인도 있겠지만, 그만큼 백화성의 조직과 힘이 강건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그러나 세상만사 건곤(乾坤)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던가? 밝은 태양의 세계 맞은 편에는 반드시 어두운 그림자의 세계가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