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한참 동안 실랑이가 이어졌다. 아빠가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던 것이, 몸이 안 좋다고 우길수록 조금씩 수그러드는 게 느껴졌다. 사실 이렇게 투덜거릴 시간에 바늘을 가지고 오면 될 일이긴 하지만, 바로 옆에 바늘이 있는데. 그 황금 바늘이 뭐라고, 하는 고집도 생기고.아빠는 잠시 입을 다물고 한참 동안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셨다.나는 이때다, 싶어 얼른 손을 쑤욱 내밀었다.“아빠, 정말 안 돼?”울먹울먹한 표정도 지어 보이면서. 아빠는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시더니 비장하고 나지막하게 입을 여셨다.“……그래,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지만.”생각보다 묵직한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무슨 손 따는 데에 때가 있어? 내민 손을 거둘까, 싶었는데 아빠가 조금 이르게 옆에 있는 황금 바늘을 집어 오셨다. 보관함의 잠금을 풀고 뚜껑을 들어 올리자, 살면서 몇 번 보지도 못했던 그 황금 바늘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후계자 수업도 받고 있고 하니, 지금 바로 시작하자.”“……?”나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손 이리 내라.”아빠가 손바닥을 내밀었다. 나는 그 위로 홀린 듯이 손을 내밀었다.아빠가 신중한 표정으로 황금 바늘을 들어 올리고, 내 손가락 끝을 콕, 찔렀다. 살짝 따끔한 감각이 퍼지는가 싶더니 검은 피가 새어 나오고, 거짓말처럼 얹혔던 속이 싸하게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거 말고 뭔가 더 특별한 게 있었냐면,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지나가 버려서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아빠는 한숨을 푹 쉬고 황금 바늘 끝을 슥슥 닦아 내시더니 다시 신중하게 보관함을 올려놓았다. 나는 피가 배어 나오는 손가락 끝을 입술에 쏙 물었다. 알싸하고 비릿한 맛이 퍼졌다. 나는 아빠에게 히, 웃어 보였다. 거 봐. 이렇게 쉽게 끝나는데. 금방 나을 거였는데. 아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훨씬 낫다.”“……그래, 나았으면 됐다.”아빠의 심각한 표정은 그 뒤로도 여전했다. 엄마는 옆에서 보시다가 손에 밴드를 붙여 주셨다.이상하다, 손가락 한번 딴 거 가지고. 황금 바늘이 그렇게 귀한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끝까지 반대하지도 않으시고. 무엇보다 그 말들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때가 아니라느니,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느니…….어쨌든 속이 편해졌으니 좋은 게 좋은 건가. 나는 한결 잠잠해진 배를 쓸어내리면서 내 방으로 돌아갔다. 등 뒤에서 아빠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