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화마의 불길 아래 세상에 홀로 남겨진 19살의 정하.
병원 원장의 도움으로 겨우 그 깊은 상처에서 헤어났을 때,
그녀를 부친의 정부라고 오해한 아들이 찾아왔다.
몹시도 매력적인, 잔인한 한 남자가. 그녀가 일하는 곳의 사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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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아무것도 남지 않아 세상을 등지고 싶을 만큼 절망스러웠을 때
원장님께서 도와주셨어요. 평생을 그 은혜에 보답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정부가 되기로 하셨다?”
메마르고 거친 목소리가 그녀의 가슴을 찢어 놓는 것 같았다.
“아뇨. 당신이 잘못 짚은 거예요. 그것도 한참이나!”
“내가 정곡을 찔렀나? 그렇다면 미안하군.”
그의 냉담한 대꾸에 결국 그녀가 폭발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는 남자가 지독하게도 미웠다. 미워서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오해라고 말했잖아요! 이, 이 나쁜……!”
늙은 남자에게 목매고 사랑받는 애완견처럼 바짝 달라붙어 있는 당신을 보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아느냐고 비웃어주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나온 길이었다.
당신이 우리 아버지를 후린 여자냐며, 애인이냐고 물을 때도
진실에 가까워졌다는 짜릿한 희열에 건오는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그랬기에 눈물을 보일 것 같은 여자에게 등을 보이고 뒤돌아설 때 통쾌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등 뒤에 남겨질 여자가 이상하게 밉지도 원망스럽지도 않았다.
오히려 왠지 모르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달려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달래주고 싶은 욕구가 발걸음마저 더디게 만들고 있었다.
그의 깊고 까만 눈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가슴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눈빛이었다.
부친의 정부라고 몰아붙인 남자인데 바보처럼 미련하게 자꾸만 마음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