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서아연. 그녀는 담당 교수인 백도진을 사랑했다.
그가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에게 모든 것을 배웠다.
그리고 행복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의 사랑을 용서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도진의 아내 희수의 함정에 빠져 도진을 성폭력 교수로 고소하고 도망쳐야 했다. 배신감에 치를 떨며. 그러나 그녀는 최악의 순간 최고의 선물을 받았고 그 선물 때문에 그녀는 살아남았다.
10년 후, 그녀 앞에 경영 이사로 나타난 도진.
그녀는 그를 기억하고, 그가 가르친 모든 것을 기억하는 자신의 몸과 싸워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힘들다.
더구나 여전히 그를 사랑하기에 더더욱.
-본문 중에서-
택시를 타고 그의 오피스텔로 향하는 내내 끊임없이 전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피스텔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그가 그곳에 있어야 하는데 그곳에 없다면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희수가 오기 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잠깐 다녀오겠다고 하고 나간 그가 전화 연결도 되지 않고 오피스텔에도 없다면…….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거스름돈을 포기한 채 달려 그의 오피스텔 앞에 섰다. 평소처럼 번호 키를 누르려다 말고 현관 벨을 눌렀다. 그가 문을 열어주기를. 평소처럼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반겨주기를 기대하며. 그러나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벨을 눌러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이번에도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두려운 마음을 가다듬고 현관 키 번호를 눌렀다. 그녀를 환영하는 듯 평소와 같은 소리를 내며 스르륵 열렸다. 두려움을 안으로 삭히며 발을 들여놓았다. 그곳은……. 텅 비어 있었다. 아침에 그녀가 나간 이후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는 그곳에도 없었다.
털썩.
침대에 주저앉았다. 이른 새벽까지 그의 품에 안겨 뜨겁게 사랑을 나눈 그곳에서 그녀는 혼자 앉아 어둠과 맞이해야 했다. 더 짙은 어둠으로 공기가 내려앉기 시작하자 그제야 시계를 흘깃 바라보았다.
12시였다. 이미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던 것이 8시쯤이니 그로부터도 3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으로 전화를 건 횟수가 50번까지 기록되고 난 후……. 그녀는 더는 전화를 걸 수 없었다. 또 전화를 받지 않으면 그가 그녀를 버린 것임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아서. 희수의 말이 진실이라고 믿어야 할 것 같아서.
“아니야. 교수님이 그럴 리가 없어. 절대로.”
그러나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 그가, 전화조차 받지 않는 그가 어쩌면 희수의 말처럼 결혼을 지키기로, 적어도 회사를 위해서 결혼을 유지하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하게끔 그녀를 다그치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고 아침이 오고 정오를 향해 시곗바늘이 분주히 달려가고 있을 때까지 연락 한 통 없는 그 때문에 어느새 그녀는 자신이 버림받았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미리 보기
“서아연. 지금 ‘예’라는 대답이 나와?”
“…….”
“대답을 않겠다? 좋아. 그럼 다시 묻지. 여긴 어떻게 왔어?”
“어떻게 라고요? 저는 백운 화학 제2공장인 성주공장 시설관리팀장입니다. 그동안 백도진 교수님이 새로 부임한 경영이사님이신 것처럼 저도 이젠 학생이 아니라 관리팀장이 되었죠. 그리고 오늘은 경영이사님께 관리시설의 현대화를 보여 드리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이니까요.”
잘도 담담한 어조로 지껄였다. 자신이 미팅 대상이라고. 경영이사로 발령받고 생산 공장 시설을 직접 점검하겠다고 했을 때 그의 어머니인 한미순 대표가 성주 공장을 권했다. 시설관리의 첨단화로 백운 화학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
미래를 볼 수 있을 거라는 말이 단순히 공장 시설의 현대화만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의 문제였다. 적어도 자신에게 시설현황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직원의 이름정도로 알고 왔어야 하는데 챙기지 못한.
“네가?”
“예. 그리고 서아연 팀장이라고 불러주세요. 백 교수님이, 교수님이 아니듯 저도 이젠 학생이 아니니까요.”
“!”
“그럼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형 모니터 앞으로 향하려고 했다. 팔을 뻗어 그녀를 붙잡아 세웠다. 그런 다음 흠칫 놀라며 얼른 그 손을 거둬들였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미세하지만 떨리고 있었다.
“잠깐만……. 그전에 하나만 묻지. 네가, 아니 서 팀장이 어떻게 여기 있지?”
“대표님이……. 채용하셨습니다.”
“어머니가?”
“예.”
“그럼……. 그때부터 계속 여기 있었다는 거야? 종적을 감춘 후부터?”
“아뇨.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후부터…….”
“!”
입술을 꽉 깨물며 그제야 모든 사건의 경위를 알아차린 듯 자리에 앉았다.
“그럼……. 시설 관리 현황에 대해 보고 하겠습니다.”
“젠장……. 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