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내려올 필요 없어. 어차피 넌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잖아.”
지독하게 차가운 말에 그녀의 심장이 부서졌다.
당신에게 난 어떤 의미였을까?
해를 쫓는 해바라기처럼 그녀의 시선은 늘 그를 좇았다. 그저 그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에 가슴이 무너졌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를 가슴에서 비우려 한다.
“넌 아직 도망칠 자유 따윈 욕심내서는 안 돼.”
부친의 등에 비수를 꽂고서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는 그녀가 가증스러워 미칠 것 같다.
죽을 만큼 힘들고 괴로워해도 놔주지 않아. 그러니까 네가 버티는 거야.
증오로 비틀린 입매가 잔인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버티지 못하겠으면, 그럼 내 옆에서 차라리 죽어.
살기 위해 떠나려는 여자, 은지온!
증오로 심장이 부서져도 그녀를 놓지 못하는 남자, 류승헌!
호텔 룸의 은은한 조명 빛이 뜨거운 움직임을 수줍은 그림자로 비추었다. 문에 거칠게 밀어붙여진 지온의 입술에서 가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아…….”
지온의 숨은 탐욕스런 입술에 곧 삼켜졌고 그의 입안으로 혀도 빨려 들어갔다.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지 그녀는 뒷머리를 강하게 움켜잡혀 작은 틈도 없이 입술이 맞물렸다. 거친 숨결까지 탐하는 그에게 지온은 자신을 모조리 약탈당하며 힘없이 굴복했다. 어쩌면 그녀 스스로 굴복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승헌 씨!”
지온은 그의 단단한 목덜미를 팔로 휘감고 더욱 깊이 매달렸다. 그녀의 것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그녀의 남자다. 그녀가 그의 여자인 것처럼…….
승헌은 잇자국이 선명하게 난 입술을 느릿하게 핥았다. 그녀의 작은 턱 끝에 이를 세웠다가 여린 목선을 따라 그는 뜨거운 입술을 내렸다.
“모두 되찾았어.”
그의 눈빛이 어두운 불꽃을 품고 무섭게 타올랐다.
“5년이야, 5년이 걸렸지만 난 해냈어.”
승헌은 가차 없이 단단한 몸을 부딪쳐왔다. 잔뜩 흥분한 그의 중심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지온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과 달리 심장은 서늘해져갔다. 차가운 손에 심장을 움켜잡힌 듯.
승헌의 대표 이사 취임을 축하하는 파티 중에 그녀는 그의 손에 끌려 이곳으로 올라왔다. 5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그는 오직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오늘, 그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 승리에 취한 탓일까? 지독한 자제심을 오늘만큼은 내던져버린 듯 했다. 그는 몰아치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그녀를 탐닉했다.
“대표 이사 취임 축하해요.”
그녀의 축하인사에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녀의 가슴을 후벼 팔 말을 뱉어내려는 듯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여는 그에게 그녀는 더욱 환한 웃음을 지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을 그의 마지막 기억 속에 남기고 싶다. 생채기가 나서 피를 흘리는 가슴을 끌어안고 그녀는 웃었다.
문이 쾅 닫히고 그녀는 그곳에 혼자 남겨졌다. 지온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가 나간 문을 서글픈 눈으로 응시하다가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당신에게 난 어떤 의미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