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대형 로펌 변호사, 큰 키에 전사 같은 이미지를 지닌 다정하면서도 섹시한 남자
파티 대행 이벤트 회사 '파티파티' 공동 대표, 사랑에 상처 받았지만 운명적 사랑 앞에 다시 휩쓸리는 여자
하룻밤의 정사
남자에게는 수십 년의 세월이 바스러진 시간이었고,
여자에게는 바스러져 헛헛한 가슴을 채워준 시간이었다.
눈이 내린 밤, 뜨겁게 얽힌 남녀, 그들의 하룻밤의 스캔들
-본문 중에서-
“호텔을 예약했어요.”
남자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호텔? 언제?”
“한 달 전에.”
‘설마 오늘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아닐 테고.’
“오늘 바람을 맞았죠.”
누리의 눈빛을 읽은 그가 말했다.
“아, 그랬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면.”
“상관없어요.”
아무렴 어떠랴. 그녀는 이름 모를 사람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지금 나쁜 짓을 하고 있으니. 그러니 다른 여자를 위해 예약한 룸에서 예기치 않은 일을 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누리는 이 남자를 다시 만날 것이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오늘 밤, 이 남자를 바람맞힌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아니, 궁금해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첫눈이 내렸고 느닷없이 온몸이 뜨거워질 정도로 허기가 지는데 마침 이 남자가 누군가에게 바람을 맞았으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누리는 어떤 식으로든 위안이 필요했다. 그것도 지금 당장.
두 사람은 바에서 나와 룸으로 향했다. 같은 호텔에서 행사가 있었던 것은 아마도 우연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신 것은 우연 반, 의도 반 아니었을까? 하긴 그것 역시 아무렴 어떠랴, 싶었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아니면 이 역시 우연인지 엘리베이터는 비어 있었다. 누리가 먼저 타고 그가 뒤따랐다. 그의 손은 누리의 등허리쯤 있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벽에 비스듬히 기대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노골적이고 뜨겁게 얽혔다. 그의 눈빛 때문인지 꼭 사로잡힌 기분이 들었다. 감미로운 포로가 된 느낌. 그가 욕망이 일렁이는 눈으로 그녀를 들여다보았다. 쉬지 않고 그녀의 이마, 눈, 코, 입술을 핥았다. 그와 키스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누리의 가슴이 조금 거세게 들먹였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혀끝으로 입술을 더듬었다. 그의 시선이 끈질기게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왔다. 심장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향해 서서히 다가왔다. 그의 숨결이 채 닿기도 전에 누리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마침내 그의 숨결이 그녀의 입술에 닿아 희롱했다. 누리는 눈을 깜빡이며 바로 눈앞에 온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삼켰을 때, 그녀의 눈꺼풀은 희미하게 떨리며 감겼다. 그녀의 몸에 손 하나 대지 않고도 전율하게 만들었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술을 더듬었다. 살짝 벌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부드럽게 가르고 쑥 밀고 들어왔다. 그의 목에 팔을 두르지 않기 위해 누리의 두 손은 칵테일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