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우연한 만남, 사랑, 이별, 그리고…… 기다린 해후.
- 본분 중에서
침실은 서늘하리만치 정갈했다. 따뜻하고 포근하던 봄 햇살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저녁. 창 밖에 어른거리던 석양의 햇무리도 사라지고, 찾아올 칠흑 같은 밤을 기다리며 어둑한 저녁 그림자가 블라인드 쳐진 창 밖에 내려앉았다.
살짝 열린 침실 문 사이로 거실에 흐르던 첼로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온다.
강철처럼 묵직하며 잘 만든 수제 초콜릿처럼 진하고 부드러운 그 소리는 공기 중에 녹아들어 냉정한 바람처럼 침실로 스며들었다. 그 고요와 서늘한 정갈함을 깨는 것은 뜨거운 육체가 맞닿아 내는 찰박거리는 소리. 열기 서린 신음소리는 색정적이다. 거친 호흡 사이에 끼어든 여자의 가녀린 신음이 남자의 짧지만 만족스런 신음과 사이사이 얽혔다. 그 소리는 그녀가 일상적으로 듣던 소리들을 뚫고 여자의 신경을 두드렸다. 뚝. 그리고 한참 만에 다시 들리는 뚝. 마치 시골집의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리와 같다고 생각하며 여자는 희미하게 웃었다. 아슴푸레 들리던 그 소리가 조금씩 분명해져간다. 쾌락과 흥분에 젖은 여자의 무딘 신경을 파고들었다. 문득 소리의 근원이 궁금한 여자가 눈을 떴다.
“들려요? 비가 오나 봐.”
문득 몸짓을 멈춘 남자가 손으로 여자의 얼굴을 부드럽게 잡았다. 똑바로 시선이 마주치자 남자의 보기 좋은 입술이 열렸다. 땀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기분 좋은 손길. 움직임은 차분하고 따뜻한데 음성은 차고 냉정하기만 하다. 방금 전까지 흥분과 쾌락에 함께 신음하던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집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