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우연히 줍게 된 명함 한 장. 할로윈의 밤에 맺게 된 기묘한 계약.
10년이나 그저 바라보던 남자를 얻기 위해서 그녀는 남자의 제의를 받아들인다.
“당신의 사랑을 이루어드리겠습니다. 저와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이미 기회를 놓친 사랑이라도 가능한가요?”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계약자 이외의 사람이 알아선 안 되는 이름입니다.”
“그럼 우리가 이런 계약을 했다는 사실은…….”
“물론 비밀입니다.”
<본문 중에서>
“어, 단아 씨. 또 만나네요?”
하진호가 나를 보며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요. 지금 퇴근하는 거예요?”
“아, 네. 프레젠테이션 준비하느라 지난주에 여자 친구를 못 만나서요. 학교로 찾아가서 깜짝 놀래켜 주려고요.”
뭐? 여자 친구?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나는 놀라움을 미처 감추지도 못했다.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네. 아직 학생이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약간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젠장. 사람한테 충격주고는 그런 표정 짓지 말란 말이야.
“며, 몇 학년?”
간신히 물었다. 그나마도 대단한 자제력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울면서 노을 속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다. 만화의 한 장면처럼.
“3학년이에요.”
“그, 그래요? 한참 좋을 때네.”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는 것 같다.
“뭐예요? 그 어르신 같은 말투는.”
하진호가 웃어대는 바람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맞다. 나는 지금 스물다섯이지.
‘한참 좋을 때’ 같은 표현을 쓸 나이가 아니다.
“우리부서 강 과장님 말투가 옮았나 봐요.”
나는 재빨리 둘러대며 이제 막 사십 줄에 접어든 대머리 강 과장을 팔아먹었다.
“부서 사람들하고 잘 지내시나 봐요. 부럽다.”
난 네 여자 친구가 부럽다. 나는 금세 의기소침해졌다.
“그럼 내일 봐요.”
“네. 내일…….”
내 말이 채 끝 나기도 전에 현관문을 빠져나가는 하진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몹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여자 친구가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복병을 만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