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강다혜 어이없는 소문으로 데뷔작이 엉망이 되어버린 운 없는 연기자. 기획사와의 재계약조차 포기할 만큼 실적이 저조한 탓에 실의에 빠져있던 그녀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다. 이 이상한 역할극이 그녀의 연기 인생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인지. 황태성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오성그룹의 황태자. 할아버지의 저택에서 밭일을 하고 있는 여자를 보는 순간 첫눈에 그녀에게 빠져버린다. 왜 자꾸 그녀가 궁금한 걸까? 그녀에게 묻고 싶다. 너는 내가 안 궁금하냐? 도대체 왜 안 궁금한 건데? “너, 몇 년 생이야?” 다혜가 물었다. “92년. 그건 왜?” 남자가 대답했다. 눈앞의 여자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면 어렸지 절대 많지는 않을 것이었다. “내가 누나네.” “뭐?” 거짓말. 아무리 봐도 스물이 채 안 되었을 얼굴이다. 구겨진 밀짚모자에 수건으로 가리고는 있지만 그 아래로 보이는 얼굴은 상당히 앳되어 보였다. 큰 눈 때문에 더 어려보이는 얼굴이었다. 절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을 수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며, 몇 년 생인데?” “90년.” “거짓말.” “너도 역할극에 온 거야? 맞춰볼까? 너 모델이지?” 다혜가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 남자는 모델치고는 이목구비가 지나치게 좋은 느낌이었다. 균형 잡힌 얼굴선, 진하게 뻗은 눈썹, 그 아래로 시원스럽게 뻗은 약간 갸름한 모양의 눈, 선이 강한 콧날, 육감적인 입술과 강인해 보이는 턱선 까지. 어디 하나 버릴 데가 없는 얼굴이었다. “역할극?” 남자가 물었다. “회사에서 별다른 얘기 안 해주지? 나도 진짜 처음엔 황당하더라니까.” 남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지금 저거 의심하는 눈초리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도 첫날 너처럼 입고 왔다가 옷 다 버렸다.” 이곳엔 엄연히 자신이 먼저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이를테면 선배라는 말이다. “넌 어디 소속이야?” 다혜가 물었다. “소속?” “기획사가 어디냐고? 모델라인?” 남자가 잠시 망설이다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스타일이 좋더라니. 완전 대형 기획사 소속이구나.” “이상한 짓 같은 거 시키지는 않아?” 남자가 물었다. “이상한 짓?” “……있잖아. 그런 거.” 은근한 암시. 남자의 눈초리가 살피듯이 다혜의 표정을 훑고 지나갔다. “그런 거 뭐?” 그녀는 상대가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빤히 알면서도 부러 모르는 척 되물었다. 심술이다. 뭘 물어보려면 공손하게 물어야지. 자식이 말이야. 허우대만 멀쩡해가지고. 이런 고급정보를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이를테면…….” 듣기 좋은 저음이었다. “본채로 부른다거나.” 그러다가 남자의 시선이 꽃무늬의 펑퍼짐한 일바지에 와서 머문다. “……그런 건 도대체 어디서 사는 거냐?” 경멸. 조각 같은 미간을 찡그리며 묻는 표정엔 경멸이 가득했다. “돌아가신 할머니 옷이다. 왜?” 첫날 흙 밭에서 뒹군 이후 적당한 옷을 찾다가 생각해낸 것이 할머니가 생전에 즐겨 입으시던 고무줄 통바지였다. 허리와 발목에 고무줄이 들어간 펑퍼짐한 통바지. 이런 통바지들은 왜 하나 같이 꽃무늬일까? 나이가 들면 꽃무늬가 좋아지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사람 옷을 왜 입어? 기분 나쁘게.” 다혜는 끔찍하다는 표정을 짓는 남자의 표정에 비위가 확 상했다. “가족이 입었던 건데 뭐가 기분 나쁘냐?” 저도 모르게 말에 가시가 돋혔다. 그를 노려보는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 작년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자 속에서 울컥 무엇인가가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다혜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격한 감정에 남자가 아주 순간적이었지만 움찔 몸을 떨었다. 잠깐의 침묵이 한나절처럼 느껴졌다. 두 사람은 눈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마주 노려보았다. “……미안.” 남자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의외로 순순히 사과를 하는 바람에 조금 놀랐다. “가족은 건들면 안 되는 건데 미안하다.” 사과라고는 생전 해본 적이 없는 듯 뻣뻣한 말투였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아, 알면 됐어.”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불쾌한 감정이 사과의 말 한마디에 단번에 사라졌다. 진심이 느껴져서 그런 것일 거다. “더운데 밥 먹고 해.” 남자가 말했다. 꼭 제집인 것 마냥. 근데 왜 자꾸 반말이야. 두 살이나 어린 녀석이. *** “석주 오빠한테도 사과해.” 모욕은 자신만 당한 게 아니다. 프로에게 일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건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금 숟가락이 아니라 더한 걸 물고 태어났다고 한들 다른 사람의 직업에 대고 이러니 저러니 빈정거릴 자격은 없다. “오빠?” 태성이 앞으로 바짝 다가서더니 다혜의 손목을 틀어쥐었다. 우악스런 손이 가녀린 손목을 완전히 감싸고 자신의 가슴팍 앞으로 그녀를 확 끌어당겼다. “너 그 고릴라 자식이랑 무슨 사인데?” 가늘게 뜬 눈이 위험스럽게 빛났다. 너무 가깝다. 새카만 동공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태성의 몸에서 톡 쏘는 시원한 무스크 향이 풍겼다. 청량감이 섞인 무스크 향. 이건 도대체 어디 향수지? “……놔.” 그리고, 남자의 땀 냄새. 땀 냄새가 이렇게 자극적일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싫다면?” 태성의 입술이 거의 코끝에 와 있었다. “……놓으라고.” 그에게 잡힌 팔목을 흔들었지만 그의 손아귀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른 손에 들렸던 파우치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싫은데…….” 태성의 목소리가 나른하게 잠겼다. 다혜는 비어있는 오른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가 풀었다. 짜악. 태성이 놀란 표정으로 벌겋게 자국이 난 왼쪽 뺨을 어루만졌다. 뺨이 얼얼한 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혜의 표정엔 독기가 서려있었다. “너.” 그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어이없어하는 저 표정. 태어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뺨 따위는 맞아본 적 없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어때? 좋은 경험 했지? 마음 같아선 그렇게 쏘아붙여 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놓으라고 할 때 놨어야지.” 너무 인정사정 안 봐주고 때렸나? 다혜는 태성의 뺨에 선명하게 남은 붉은 자국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모욕감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과 석주 매니저에게 했던 모욕은 이 정도로 갚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미안하게 됐다.” 다혜가 말했다. 태성의 사과를 비꼬아서 한 말이었다. 이제 어떤 기분인지 알겠냐? 묘하게 승리감이 느껴졌다. 인간이란 게 참 잔인한 동물이구나, 싶었다. 태성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났다고 느낀 순간 뒷걸음치던 다혜의 허리가 태성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태성의 뜨거운 체향이 코끝에 훅 끼쳤다. 무스크 향에 섞인 남자의 땀 내음에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다혜의 몸이 빙글 돌려져 두 사람의 위치가 바뀌었다. 땀에 젖은 등에 와 닿는 느낌이 시원했다. 태성의 두 손이 다혜의 어깨를 꽉 잡아 누르고는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점점 가까워졌다. 뜨겁게 쏘아오는 그의 눈빛에 꼼짝을 할 수 없었다. 그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비틀었다. 코끝이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며 그의 입술이 다혜의 입술에 닿았다.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거리는 거친 눈빛과는 달리 달콤한 감촉이 입술을 눌렀다. 부드럽게 닿은 입술이 열리며 그의 혀가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짝 빨아들였다. ‘으.’ 다혜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어깨를 잡았던 손이 등 뒤를 감아온다. 목 뒤로 올라간 손이 머리를 받치고 그가 몸을 좀 더 숙이자 다혜의 상체가 뒤로 휘면서 저절로 입술이 열렸다. “흡.” 입술이 깊게 포개지며 그의 혀가 밀려들어왔다. 천천히 유영하듯 들어온 그가 다혜를 훑었다. 찌르르. 몸의 중심을 타고 찌르르한 느낌이 퍼져나갔다. 입안의 보드라운 살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비비고 핥아대던 그의 혓바닥이 다혜의 혀를 세차게 감아왔다.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몸을 비틀었지만 단단한 팔에 허리가 꽉 잡힌 바람에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낭패다. 있는 힘껏 저항해 봤자 그를 더욱 자극할 뿐이다. 저항 할수록 그의 혀가 점점 더 집요하게 그녀의 입안을 헤집었다. 마치 독립적인 생물체처럼 조여들며 그녀의 혀를 감아오는 감각에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그에게 안겨 몸을 떨었다. 비비며 빨아들이는 뜨거운 감각. 마치 전류에 감전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츄르릅. 서로의 타액이 섞이다가 그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지독하게 색정적이었다. 어느새 바지춤 안으로 들어온 그의 손이 아래쪽 엉덩이를 움켜쥐는 바람에 ‘아!’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허리가 움찔 떨려왔다. 그가 탐욕스럽게 아랫입술을 빠는 느낌에 그녀는 거의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키스란 게 이런 느낌이었나? 다혜는 지금껏 자신이 경험해온 몇 번의 키스를 떠올렸다. 단 한 번도 이렇게 강렬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혀가 이렇게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거친 것과는 또 다른 야성적인 느낌. 온 몸이 녹아버릴 것 같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머릿속이 멍해지는 사이 그의 손이 어느 틈엔가 브라를 들추고 가슴을 쥐었다. 혀가 잡혀있어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몸만 비틀었다. 그의 손끝에 닿은 유두가 팽팽하게 솟아올랐다. “반응하는 게 귀여운데?” 저음의 목소리가 욕망으로 한층 더 잠긴 것 같았다. “귀여워 죽겠네.” 잔뜩 잠긴 목소리였다. 섹시한 저음이다. 정신이 멍해지며 드는 건 고작 그런 생각이었다. “뭐, 지금 뭐하는 짓이야.” 다혜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그는 대답대신 브라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브라가 아래로 내려가자 그 반동으로 그녀의 육감적인 가슴이 위로 솟구쳤다. 손으로 아랫부분을 살짝 받친 다음 그가 자극으로 팽창된 그녀의 분홍색 유두를 입에 물었다. 언제 셔츠의 단추가 열린 거지? 유두에 무언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이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흐읏, 아, 지, 지금, 뭐, 뭐하는?” 미지근한 혀가 유두를 감싸고는 문지르며 빨아 당기는 느낌에 다혜는 온몸이 뒤틀리는 것만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몸 안의 신경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허벅지 안쪽의 근육이 바짝 긴장을 하며 수축하는 게 느껴지며 허리가 저절로 뒤로 휘었다. 다리 사이가 젖어오는 느낌이 더 당황스러웠다. 난생 처음 맛보는 이상한 기분. 이 무슨 짓인가 싶으면서도 알 수 없는 묘한 쾌감 때문에 있는 힘껏 그를 밀어낼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딘가로 떨어져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깊은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것 같은 기분. 심장소리가 쿵쿵거리며 귓가를 울린다. 동물적인 흥분만이 온 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맨 살을 만지는 그의 손길만이 느껴졌다. 그의 뜨거운 손길이 그녀의 부드러운 속살을 이리저리 비비고 쓰다듬는 동안 몸 안의 무엇인가가 그의 손길에 반응해서 그녀의 몸을 흔들어댄다. 허리가 뒤로 휘며 몸의 중심부가 그의 것과 마주 닿는 게 느껴졌다. 그의 중심은 이미 단단해져 있었다. “하아, 하.” 그가 다혜의 허리를 끌어당겨 안았다. 중심부가 비벼지며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흘렀다. 그의 목에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잘생긴 이마를 찡그렸다. 다혜를 벽으로 밀어붙인 다음 그가 다시 입술을 탐했을 때 그녀는 스스로 입술을 벌리고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혀가 얽혔다. 그가 마치 그녀를 터뜨리려는 것처럼 꽉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몸이 맞물렸다. 타액이 섞이며 상대의 목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키스가 이어질수록 갈증이 더 커졌다. 몸 안에서 무언가를 잡아당기려고 하는 것 같았다. 무엇을.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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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Blue
Mr.Blue201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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