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12살의 시크한 딸 이기쁨 - 내 이름이 왜 기쁨인지 알아? 우리 엄마아빤 벌써 알고 있었던 거야. 나한테 그렇게 기쁜 일이 많지 않을 거라는 걸. 7살의 다정한 아들 이우주 - 난 엄마의 우주래. 하지만 난 우주만큼의 큰 공간은 필요 없어. 그냥 엄마의 작은 품이면 난 만족해. 35살의 남편 이윤호 - 너, 날 사랑하긴 한 거니? 네가 어떻게 우리한테 이래? 평생 달리기만 하던 네가 그런대가서 뭘 하겠다고. 윤호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아내 신제아. 초등학교 때부터 쭉 단거리 육상선수로 살았던 그녀. 대학 땐 한국 신기록까지 내며 그녀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육상자존심이었다. 첫사랑 윤호와 결혼하며 은퇴한 제아를 많은 사람들은 아쉬워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미국으로 떠난다는 것이다. 왜? 그것도 아직 어린 아이들을 두고……. 6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엄마가 진짜 마미를 보냈나봐. 아이들은 물론이고 남편까지 제아를 사이보그로 알고 있다. - 엄마 대신 꼭 엄마 같은 로봇을 만들어 보내줄게. - 통화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말했던 제아. 엄마가 있는 이곳은 못 만드는 게 없어. 우주가 갓 돌을 지나자마자 미국에 있는 전자신경 연구소로 들어간 제아. 사람들은 제아를 이해하지 못했고 제아는 절실했다. “나 보내줘. 꼭 가야 해. 절대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나 보내줘야 해. 윤호야.” 한 달은…… 그들에게, 제아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기간과도 같았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가야 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어차피 가야 한다면 이대로 돌아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윤호의 모습을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바라보던 제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지막까지 외면하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좋은 기억, 좋은 추억만 가지고 돌아갈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제아야.” 그가 자신을 부르는 음성에 제아는 조금 전까지 허공이라고 생각했던 발아래에서 찬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순간 쿵쿵 뛰던 제아의 심장이 툭하고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이건 꿈이 아니야. 지금 난 꿈속에 있는 게 아니야. 제아의 발이 저절로 뒷걸음질을 하고 있었다. “제아야.” 놀란 윤호가 제아에게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제아는 그만큼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왜, 왜 당신이 이곳에 있는 거죠?” “갑자기 돌아와야 할 일이 생겼어. 미리 전화 안 한 건…….”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버렸다. 아이들도 없는 이 집에 지금 윤호와 단 둘이 있는 것이었다. 그가 조금씩 다가올수록 제아의 호흡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었다. “애들은 지금…….” “제아야.” 윤호가 도망치듯 멀어지려는 제아의 팔을 붙잡았다. 윤호의 눈을 바라본 제아는 덜컥 겁이 났다. 처음 그녀를 보고 분노하던 모습은 간 곳 없고 사진에서 보았던 부드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아야.” 그는 제아를 마미로 보고 있지 않았다. “난, 난 제아가 아니에요. 난.” 윤호에게 잡혀있는 팔을 빼내려 살짝 비틀어 보았지만 그는 놓아주기는커녕 더욱 세게 잡아 당겼다. 윤호의 바로 앞까지 끌려온 제아는 그의 눈빛을 피하려 시선을 돌렸다. “날 봐! 날 똑바로 봐.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해봐.” 그의 말에 용기는 낸 제아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난 제아가 보낸 마미입니다.” 윤호의 얼굴의 점점 일그러지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제아의 팔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놓지 않았다. “제아가 아니라고? 하하하! 그렇게 끝까지 마미인 척 하겠다 그거군. 이럴 거면 왜 돌아왔어! 뭘 확인하려고 온 거야! 우리가 널 잊었는지 아직 그리워하는지 확인이라도 하러 온 거야? 이러려면 차라리 쿨럭! 쿨럭! 쿨럭!” 제아를 향해 소리를 지르던 윤호가 갑자기 숨을 쉬지도 못하고 연달아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벽을 한 손으로 짚고 허리를 숙인 윤호가 힘겹게 기침을 뱉어 내고 있었다. “쿨럭! 쿨럭! 쿨럭!” 옆에 선 제아는 어쩌지도 못하고 그의 주변으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의 등에 손을 대려다 말기를 여러 번. 기침이 좀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제아가 윤호의 등을 두드렸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한참 후 겨우 기침을 멈춘 윤호가 옆에선 제아를 와락 끌어안았다. 방심하고 있다가 갑자기 그의 품으로 끌려들어간 제아는 그에게서 벗어나려 버둥거리다 귓가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제발! 제발!” 윤호의 목소리였다. 전화로 제아에게 애원하던 그 목소리. 돌아오기를 바라고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던 그의 목소리. 그에 대해 아무 기억이 없는데 그 목소리는 제아를 울게 만들었다. 그때도. 지금도. 눈가에 맺힌 눈물이 흘러내리기 전에 제아는 마음을 다잡고 힘껏 그의 어깨를 밀쳐냈다. “이러지 말아요. 난 아이들을 돌보러 온 마미입니다.” 윤호가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제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한참을 바라보다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밖은 벌써 어두워졌는데 티셔츠 바람으로 어딜 가려는 걸까? 입으로는 차마 그를 불러 세우지 못하고 손을 뻗어 보았지만 그마저도 그를 붙잡지 못했다. 불안한 마음에 현관문만 바라보고 서 있는 제아의 귀에 윤호의 기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식탁에는 그가 차려놓은 음식들이 식고 있었다. 배고플 텐데. 천천히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윤호가 보였다. 미동도 없이 발아래만 내려다보고 있던 윤호가 문소리에 고개를 들고 제아를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내가 잠시 착각을 했나 봐요. 제아와 너무 닮아서…….” 체념한 듯 한 마디 한 마디 뱉어내던 그가 목이 메어 말을 끝맺지 못했다. 오랫동안 기다린 사람인데.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어서 기다린 사람이었다. 잊으려 애쓰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이 더 편해서. 그것밖에 몰라서. 윤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다면 제아의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제아가 원하는 대로 그녀를 마미로 봐주기로 마음먹었지만 제아의 얼굴을 보자마자 윤호의 다짐은 어느새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 “놓아줄게. 더 이상 붙잡지 않을게. 그런데 제아야, 그것만 기억해줘.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 지금도 머리론 너를 놓아주어야 한다고 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너를 놓지 못하고 있다. 미안하다. 제아야. 너무 모자란 내가 너를 사랑해서.” 제아에게 더 이상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제아가 그를 불러 세웠다. “윤호야!” 그 옛날 그의 제아가 부르던 그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윤호야!” 대문을 나서려던 윤호가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너 모르지. 내가 집에 오는 내내 얼마나 불안했는지. 그새 가 버렸을까 봐 그렇게 또 사라져 버렸을까 봐. 그래서 미리 전화하지 못했어. 한국 가을날과 같은 그곳에서 밤새 잠 한숨 못 자고 찬바람을 맞으며 호텔 밖을 서성였어.’ 바보 같은 이윤호, 차라리 자고 일어났다면 그 밤이 훨씬 빨리 갔을 텐데. ‘아니. 아이들과 내가 자는 사이에 사라진 너이기에 내가 눈 감는 그 순간 또 그렇게 사라질까 봐 잠들지 못했어. 따뜻한 방 안에서 편안히 널 그리워하다 잠이 들까 봐 호텔 정원에서 해가 뜨는 걸 기다렸어. 처음부터 널 알아보지 못한 내 아둔한 눈을 탓하며 아침을 기다렸어. 끝까지 너는 우리를 속이려 하겠지만 나는…… 기쁨이는 알아 버렸어.’ [아빠! 엄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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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Blue
Mr.Blue201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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