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장원으로 급제 하였으나, 관직에 뜻이 없는 한양 땅 제일의 게으름뱅이. 정선재. 높은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이유도 모르고 상주 땅에서 오작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의문의 여인. 허명이. 십년이 넘도록 상복한 채 임금을 받드는 충신 중의 충신. 신소명. 매일 매일을 궐의 지붕에서 풀이나 씹다가 퇴궐하는 것이 일상인 정선재, 그가 어느 날 소명과의 내기에 진 대가로 상주에 암행어사로 내려가게 된다. “상주 땅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시게.” 등을 떠밀려 할 수 없이 내려오긴 했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그때 그의 앞에 나타난 의문의 여인 명이. 상주관아에 소속된 오작인인 그녀는 한눈에 선재의 신분을 파악해 버린다. “신분이 높은 나리께서 굳이 흰 무명옷에 신지도 않는 짚신을 메고 조용히 오셨으니 그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들켰으니 할 수 없지 그럼 이제부터 그대가 날 좀 책임져야겠어.” 강짜를 부려 그녀의 곁에 눌러 붙은 선재. 그날부터 그녀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병증을 핑계로 수건을 깊이 눌러쓰고 한사코 가린 얼굴은 어떤지, 왜 그렇게 가리고 있는지. 궁금함이 연민으로, 또한 사랑으로 번져가는 것도 모르고 홀린 듯 그녀에게 다가가는 선재. 신분의 차이 때문에 차마 마음을 내놓지 못하는 명이를 끝없이 넓은 품으로 다독이는 선재와, 가진 비밀 때문에 발을 구르는 명이. 상주 사건의 칼날은 시시각각 명이를 향해 날아들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이제 더 이상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선재의 행보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본문 중에서- ‘허어. 이것 봐라.’ 이미 들켜 버린 신분을 굳이 감출 생각이 없는 그는 바로 정선재였다. 상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라는 어명과 소명의 은근한 협박으로 거의 떠밀리듯 내려와 조금 전 도착한 길이다. “그건 또 어찌 아는 게요?” 또다시 질문! 선재의 질문이 떨어진 순간 명이는 기다렸다는 듯 두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질문에는 그의 신분이 그렇다는 긍정의 뜻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감히 천민인 그녀가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높은 신분의 사람인 셈이다. “송구합니다. 심기가 상하셨다면 부디 용서하시어요.” “아니! 그런 것 말고 어찌 내가 어명을 받고 온 걸 알아보았냐는 말이지?” 흘러나온 목소리에는 정말 노한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물론 그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대답은 들은 것이나 다름없지만 명이는 조심스레 한 발을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대답했다. “그야 간단한 일이옵니다. 어사께서 걸치신 옷은 분명 무명이나 어느 한곳 헤어지거나 낡지 않았으니 새것입니다. 분명 이곳으로 오시기 전에 새로 지어 입으신 것이지요. 등에 메신 봇짐에 짚신이 달려 있으나 그도 역시 새것이고 게다가 봇짐에 달아 가져오기만 하셨을 뿐 습관처럼 태사화를 신으셨으니 평소에도 짚신을 신지 않는 분이십니다. 마침 마을에는 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그중 두 번째가 궐에서 나온 분이니 나라님께서 근심을 가지셨을 수 있고 때를 맞추어 오신 딱 암행어사 같은 모습의 나리를 본다면 누구나 그리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쉬지 않고 살핀 것을 꺼내 놓는 명이의 조곤조곤한 말솜씨에 선재는 놀라면서도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송구하오나 보입니다.” “뭐가?” “나리의 허리춤에 말입니다. 역참에서 말을 갈아타실 때 쓰셨을 마패요. 말이 일곱 마리이니 나리의 신분이 높다는 뜻이지요. 신분이 높은 나리께서 굳이 흰 무명옷에 신지도 않는 짚신을 메고 조용히 오셨으니 그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선재는 얼굴도 보이지 않는 여인이 그 잠깐 저를 살피고 조목조목 내놓은 말에 진심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관아에서 일을 처리하고 무능력해 보이는 수령에게 적절한 조언을 하는 것을 봤을 때도 사리 분별이 똑 부러지고 몹시 영리한 여인이다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보다 더 도움이 될지 몰랐다. 그리 생각하자 조금 전부터 고민하고 있던 결심이 굳어졌다. “좋아! 다 알아보았으니 할 수 없지!” 의외로 시원하게 그녀의 말을 인정해 버리는 선재의 태도에 당황한 것은 이제 명이 쪽이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그대의 말대로 나는 어명을 받고 내려왔소! 기실은 은밀히 일을 처리할 셈이었는데 이리 들통이 났으니 그대가 날 좀 책임져야겠소! 아이고 다리야!” 여태 멀쩡하게 서 있던 다리를 갑자기 툭툭 두드리며 정선재는 짐짓 엄살을 부렸다. 이런 생떼가 있나? 당연히 난처한 기색! 당황한 얼굴로 명이는 그저 급히 허리를 더 굽히고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다. 다리가 아프다는 그의 말은 당연히 거짓일 것이나 반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렇게 그를 떠맡을 수는 더욱 없었다. “저는 일개 오작인의 딸일 뿐입니다. 어찌 저 같은 천것에게 나리를 책임지라 하십니까! 거두어 주십시오.” “그는 안 되었소만 싫소! 어명을 받긴 했어도 사실 어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잘 되었네 잘 되었어! 내 다 들통 나는 바람에 김이 팍 샜으니! 책임지시오. 그리고 일단 몹시 시장하여 밥부터 좀 먹어야겠는데 손에 든 거 그건 고사리인가?” “나…… 나리!” 명이는 급기야 말을 더듬으며 그를 만류했지만 얼굴을 대면한 지 일각도 지나지 않은 자 치고는 너무 말갛고 편안한 얼굴로 선재는 명이를 독촉했다. “잔말 말고 앞장이나 서시오.” “어디로 말입니까?” “그야 당연히 낭자, 그대의 집!” 목차 제一장 제二장 제三장 제四장 제五장 제六장 제七장 제八장 제九장 제十장 제十一장 제十二장 제十三장 제十四장 제十五장 제十六장 제十七장 제十八장 제十九장 제二十장 제二十一장 제二十二장 제二十三장 제二十四장 제二十五장 제二十六장 제二十七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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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Blue
Mr.Blue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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