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세상을 버린 남자와 세상이 버린 여자, 그들이 서로의 세상이 되기까지……. 서얼 출신의 잔인무도한 장사꾼 ‘운현’ 여태까지 이런 사내는 본 적이 없었다. 기개 높은 선비처럼 고결한 풍모를 지녔으면서도 그 안에 서린 잔혹하고 무시무시한 기운은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죄인의 목을 베는 살수의 그것과도 같았다. 반가의 규방 처녀에서 하루아침에 노비로 전락한 여인 ‘온희’ 묘하게 신경을 자극하는 사대부 출신의 노비 계집이었다. 아니. 사납게 정신을 어지럽히는, 고고하고 품격 높아 재수 없는 계집이었다. 비천한 신분으로 떨어지고도, 세상 어디에도 예전처럼 저를 고귀히 여겨 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죽여 없애지 않는 양반의 근성이라니. 지독하고 끔찍했다. 대할수록 부서뜨리고, 망가뜨리고, 시커멓게 때를 입히고 싶어 속이 근질거렸다. ▶잠깐 맛보기 “회임인가?” 대뜸 찌르듯이 묻는 말에 온희는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충격과 두려움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조마조마해 혼절할 것만 같았다. “나를 속이지 말라 하였다. 네게 수십 번 기회를 주었어. 조금 지나면 이야기하겠지, 마냥 기다리고만 있었다. 흥, 그런데 뭐? 발을 헛디뎌 넘어져? 남의 집 대문 앞에 가서 요상한 짓거릴 하지 않나. 이젠 제 몸을 해하며 태에 든 것을 떨어뜨리려 해? 누구 맘대로!” 서안을 쾅 내려친 주먹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온희는 움찔해서 간신히 시선을 들어올렸다. 그가 잡아 죽일 듯이 험악한 눈길로 그녀를 노려보며 울분에 몸서리를 내고 있었다. 지독한 격노였다. 세상을 전부 태워 버릴 노염이었다. “넌 내 재산이다. 이 세상천지에 네 것이 단 하나라도 있는 줄 아느냐? 모두 다 내 것이다. 네 몸도 내 것이고, 네 몸 안에 든 것도 내 것이야. 다시 내 것을 해하려 한다면…… 그땐 내가 직접 죽여 줄 것이다. 낳아라. 내 것이니 낳아.” “낳아 무엇 합니까?” 내내 죽은 듯이 움츠려 있던 그녀가 내놓는 말에 운현의 표정이 더욱 사나워졌다. “뭐?” “종년의 자식, 낳아서 어찌할까요? 키워서 시동(심부름하는 어린 종)으로 부리려 그럽니까?” 체념의 소리. 한 깊은 소리였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처럼 고통과 탄식이 절절이 밴 말이었다. 그것이 운현의 가슴을 아프게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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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Blue201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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