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웅비 건설에서 시행한 공모전 시상식 날, 4년 만에 강이 시상자로서 태인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이 상처, 기억하지?”
강의 오른쪽 뺨에 난 상처로 인해 예전의 불미스러운 작은 사건이 상기되어 태인의 마음을 죄책감으로 짓눌렀다.
“이 상처가 깔끔하게 없어질 때까지 내 여자 해.”
“보, 상을 바란다는 건가요? 기어이?”
강은 선배가 아닌 페로몬을 마구 뿜어내는 남자로 태인에게 각인시키며 다가갔다. 그리고 태인을 후배가 아닌 안고 싶고, 갖고 싶은 여자로 차지하고 싶었다. 그의 친구 효준이 좋아하는 줄 알면서도 태인을 자신의 여자로 남몰래 가슴에 품었다. 감히.
“어차피 내 여자 할 거면 서로가 싫증이 날 때까지 같이 살아 보는 건 어때?”
두 사람의 현실적인 동거가 시작되고, 서로를 향한 본능과 감정을 점차 깨달아 가게 되는데…….
“넌 나를 좋아하나?”
강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네.”
태인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를 놓치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와 연애하든, 섹스하든 그 상대는 그였으면 했다.
“이 얼굴인데도?”
강이 희미한 상처가 돋은 얼굴을 그녀에게로 들이밀며 물었다.
태인은 가만히 그 상처를 손으로 쓸어내렸다.
“나는 이 상처까지도 좋아해요. 나 때문에 생긴 거잖아요.”
지워 줄 수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워 주고 싶은 상처였다. 잘생긴 그의 얼굴이 좀 더 차갑고 무섭게 보이도록 일조하는 상처. 태인은 정말 지워 주고 싶다는 듯 상처로 입을 가져갔다. 그러고는 길게 난 상처에 입을 맞추었다.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면 좋겠어요.
그 바람을 간절히 애원하듯 읊조리면서 입을 맞추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진심이었다. 언제고 한 번은 그에게 진심이 우러난 마음으로 사과했어야 했다. 사고가 난 이후에 그를 만났더라면 진즉에 했을 사과였다.
“민태인…….”
강이 놀란 듯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로를 담은 눈이 마주 닿은 채 몇 초가 흘렀다. 그 욕망을 머금은 엄지손가락이 젖은 볼을 스윽, 닦아 주었다.
“키스해 줘요.”
태인은 그를 쳐다보며 느른히 말했다. 간절히 원했다.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이런 말도 못 할 것 같았다.
어서요.
태인이 마음속으로 그를 재촉했다. 그가 긍정하든, 부정하든 답을 기다리는 심장이 날뛰었다. 그의 느긋함을 재촉하듯 날뛰어 댔다.
“키스만 원하나?”
“당신은 어, 디까지 원하는데요?”
태인이 그를 도발하듯 턱을 약간 치켜들었다. 그러고는 색정이 짙게 드리운 검은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나를 원하고 있어.
왠지 그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게 뭐든, 다 들어준다는 뜻인가?”
“일단 당신과 키스부터 해 보고요.”
태인이 도전적으로 제의했다.
그를 도발하다니.
태인은 그런 자신이 놀라웠다. 남자의 본능을 과감하게 건드리는 발칙함이 자신에게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치 그와 딜이라도 하려는 듯이.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지?”
강이 돌연히 질문을 던졌다.
이게…… 아닌데.
불현듯 그녀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게 뇌리를 강타했다. 망치로 머리를 내리친 것 같은 충격이 태인을 덮쳤다. 무작정 입술을 부딪쳐 올 거라 여겼는데, 그는 이유를 찾고자 했다. 그녀가 돌변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단정하듯이.
“이유 같은 건 없어요.”
태인이 샐쭉한 표정으로 느른히 말하며 이 대화를 끝내려 했다. 거품 빠진 맥주 같다고나 할까. 그와 키스하고 싶은 욕구가 싹 사라져 버렸다. 변덕스러운 걸까. 그녀는 그에게 거의 밀착하다시피 한 상체를 곧추세웠다.
“읍.”
강의 커다란 손이 뒤로 물러나는 그녀의 목을 낚아채듯 잡아 끌어당겼다. 곧장 그의 단단한 입술이 부딪쳐 왔다. 뜨거웠다. 불에 덴 듯한 뜨거움에 그만 태인은 입을 벌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혀가 입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