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남다른 가족사를 배경으로 외딴섬에서 고독하게 성장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 『송진』. 스칸디나비아 최고의 서스펜스·범죄소설에 수여하는 글래스키상 수상작으로, 보통 범죄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추리·스릴러 소설이 수상하는 것이 공식인 글래스키의 기존 수상작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사랑과 광기에 얽힌 그로테스크한 삶의 진실을 어린 소녀의 천진난만한 시각으로 생동감 있게 묘사한 이 작품은 장르적 코드와 독창성, 익숙한 클리셰와 새로운 코드가 만난 장르소설과 비장르소설의 경계에 서있는 작품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헬슨이라는 좁다란 땅을 통해 본도(本島)와 이어져 있는 홀데트섬. 이곳에는 목수인 옌스 호더의 가족만이 살고 있다. 이들 가족은 울타리가 쳐진 농장과 작업실이 있고 자그마한 숲도 딸려 있는 집에서 본도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옌스의 딸인 리우는 학교에도 다니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우의 집은 쓰레기장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온갖 고물과 잡동사니들이 그득하게 쌓여 있고, 2층 침실에서 누워 지내는 엄마는 살이 너무 쪄서 이제는 침대 아래로 내려올 수도 없다. 리우는 수시로 쌍둥이 동생 카알과 대화하는데, 카알은 이미 갓난아기 때 죽었고 리우에게는 보이지 않는 친구같은 존재이다. 아빠는 아들 카알을 잃은 이후로 리우에 대한 집착이 커져 리우를 바깥 세상에 내보내려 하지 않는다. 리우의 사망신고를 한 것은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아서였다. 지금은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쓰레기까지 집에 쟁여두는 저장강박증 환자의 모습이지만, 예전의 아빠는 잘생기고 앞날이 촉망되는 청년이었다. 아빠의 인생은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리우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보통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과 악, 죄와 벌, 어둠과 빛, 죽음과 삶이 서로 뒤바뀐 집안 풍경과, 상실을 두려워하고 붙잡고 싶어 하는 편집증적인 아빠의 내면 풍경은 기이하고 위험스럽다. 리우에게 아빠는 세상의 전부였지만 리우는 성장하면서 그런 아빠가 어딘가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틀 안에만 가둬두려고 하는 아빠의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