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로맨스 코미디 “왜 저 남자가 여기에 있는 거지?” 시작은 살벌하게. 그러나 그 끝은? 연애의 주도권은 과연 누구에게로?<br><br>(본문中)<br><br>생각지도 않게 갑작스러운 출장을 가게 된 준현은 아직 불편한 엉덩이를 이끌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지금 당장 출발하라는 지시가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어도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게 샐러리맨의 고충이 아니겠는가. 준현은 구석에 처박아둔 캐리어를 시영의 앞에 툭 내던졌다.<br>“짐 싸.”<br>“제가요?”<br>“몸이 불편해서 못 싸겠으니까 윤시영 씨가 해. 누구 때문에 내가 이 지경인데. 거기 가방 안쪽에 보면 싸야 하는 순서 있으니까 그대로 하면 돼. 한글만 읽을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야. 바보도 해. 뭐해, 안 움직이고.”<br>듣는 그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재수 없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만, 어디까지나 일의 연장선이라며 마음을 굳게 다진 뒤 묵묵히 짐을 싸는 시영이다.<br>“팀장님, 대충 다 쌌는데요. 이제 속옷만 넣으시면 될 것 같아요. 속옷은 어디에 있어요?”<br>“됐어, 그건 내가 할 테니까 놔둬.”<br>“그냥 한 김에 제가 다 할게요. 제가 팀장님 수발들기로 했잖아요.”<br>“윤시영 씨는 남자 속옷을 막 만져도 괜찮은가 보지?”<br>“위로 오빠들이 둘이나 있어서 남자에 대한 환상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br>그녀의 말에 준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br>“아, 그래. 나랑 똑같군.”<br>“팀장님은 누나가 계세요?”<br>“넷이나.”<br>쯧쯧, 장가가긴 다 틀렸네. 시영이 다소 안쓰러운 눈으로 준현을 쳐다보았다.<br>“팀장님 결혼하기 힘드시겠다.”<br>“남의 결혼을 왜 윤시영 씨가 신경 써.”<br>“신경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딱 들어도 손위 시누이가 넷이면 어떤 여자가 덥석 물겠어요. 그건 좀…….”<br>“신경 꺼. 그 자리 윤시영 씨는 아니니까.”<br>하여간 한 마디도 곱게 나오는 법이 없다. 시영은 도톰한 입술을 비쭉 내밀며 저도 모르게 툭 내뱉었다.<br>“감사하죠.”<br>묘하게 기분이 상하는 준현이 대답을 듣자마자 한쪽 눈썹을 올렸다.<br>“뭐?”<br>“아니에요, 혼잣말이에요.”<br>“무슨 혼잣말이 밖으로 다 들려.”<br>“쓸데없이 귀는 밝아서.”<br>“뭐가 어째?”<br>“혼잣말입니다.”<br>너무도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시영을 향해 준현이 실소를 터뜨렸다.<br>“다 들린다고 몇 번을 얘기해. 윤시영 씨 지금 나한테 시위하나?”<br>“설마요. 아니에요, 기분 탓이겠죠.”<br>“묘하게 신경이 거슬려.”<br>“기분 탓이에요.”<br>“기분 탓이라니. 내 기분을 왜 윤시영 씨가 판단해. 내 기분은 내가 판단해.”<br>두 사람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끊이질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준현은 갑작스럽게 내려온 출장지시가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고, 시영 역시 세이셸 군도에 가는 것은 좋았지만, 출장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계속 이 성격 안 좋은 상사와 함께 붙어있어야 한다는 건 당최 마음에 들지 않았다.<br>두 사람 모두 각기 다른 생각으로 아직 비행기도 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br>“다 됐으면 들고 따라 나와.”<br>“저 혼자요?”<br>시영이 큰 캐리어 하나, 작은 캐리어 하나, 그리고 등에 메는 배낭까지 가리키며 되물었다. 그러나 준현은 뭘 그리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 한껏 턱을 추어올렸다.<br>“나는 몸이 아주 대단히 불편한 사람이야. 윤시영 덕에 말이지.”<br>갈수록 기가 막히는 시영이 주섬주섬 짐을 챙겨 들며 준현을 쏘아보았다.<br>“팀장님.”<br>“왜.”<br>“아주 잠깐만 사적인 대화해도 될까요?”<br>“또 무슨 소리를 하고 싶어서.”<br>“팀장님, 여자 친구 없죠?”<br>“있어야 하나?”<br>그의 말에 시영이 피식 바람을 새어 내보내며 읊조렸다.<br>“그럼 그렇지.”<br>“뭐?”<br>“혼잣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