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어느 날 남편이 결혼을 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 오던 순간입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고통스러운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될까요? 10년 전 운명이라 믿었던 사랑을 버리고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만 했던 인주. 10년 동안 그녀를 기다린 남자 인혁. 그리고 그만을 바라보며 그의 곁을 지켜온 서연. 10년이라는 운명의 시간이 흐르고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멈추어 버렸던 운명의 수레가 다시 돌기 시작합니다. 인주가 가진 특별한 능력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기엔 너무나 커다란 걸림돌입니다. 현재였던 과거를 보고, 미래였던 현재를 살아가며, 먼 미래가 될 가까운 미래를 넘어설 수 있는 그녀가 이미 어긋나버린 운명과 인연의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요? -본문 중에서- 우윳빛 물줄기가 그녀의 선명한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한 그녀의 손끝에서 작은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인혁은 인주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인주의 등과 가슴에 길게 달라붙어 있는 머리칼에선 아직도 물이 떨어져 그녀의 몸에 투명한 자국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인주는 여전히 나른하고 모호한 표정으로 인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인혁은 인주의 낯선 아름다움과 눈동자에 언뜻 비치는 금색 환영에서 선뜻 다가설 수 없는 묘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문을 열어 놓아서인지 인혁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찬 기운에 급하게 커다란 타월을 꺼내 인주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비단이 몸에 감기면 이런 느낌일까?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인혁의 예민한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인혁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숨을 삼켰다. [미리보기] 인혁은 이제 막 강의를 마치고 방으로 오는 길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학생들은 너무나 열정적이지만 그 열정만큼의 노력이 동반 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기만 하다. 하긴 나 역시 학생시절에는 교수님들 눈에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군. 이래서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을 모른다고 하는 건가. 느긋하게 걷고 있는데 사무실 앞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등에는 검고 둥근 모양의 긴 통을 둘러메고 있는 걸로 봐서 새로 바뀐 도면을 가지고 온 직원인가 보다. 묶은 머리가 흘러내린 모습이며, 군데군데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동그란 눈을 더 커다랗게 뜨고 놀라는 표정이 낯이 익다. 설마. 인혁의 걸음이 빨라졌다. “무슨 일 이십니까?” 중저음의 박하 향이 나는 청량한 목소리로 그가 인주에게 말을 걸어왔다.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던 줄이 끊어진 것처럼 인주는 빠른 속도로 튕기듯 몸을 돌렸다. 손에 들려 있던 이제는 제법 식어버린 커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커피가 모두 쏟아져 버린 것도 커피의 짙은 향이 손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키가 컸다. 새 하얀 와이셔츠 윗단추를 푸르고 심플한 보라색의 타이를 조금 잡아당겨 늘어뜨리고 있었다. 소매도 풀어 두 번 정도 접어 올려 검게 그을린 매끄럽고 샤프해 보이는 팔뚝을 드러내고 있었다. 인주의 시선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아 고개를 들었지만 그래도 잘 보이질 않는다.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기만 하다. 보고 싶은 얼굴이, 너무 보고 싶은 얼굴이 보이질 않아. 인주는 팔을 들어 눈을 훔쳤지만 눈앞은 계속 뿌옇기만 했다. “인주야?” 이름을 부르는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인주는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만날 수 없어. 안 돼. 하지만 그녀는 채 한 발자국도 발을 떼지 못한 채 팔목을 잡히고 말았다. “현 인주.” “…….” “도망가는 건가?” 꿈결처럼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시절, 모든 것을 거부 하는 인주를 앉혀 놓고 하시던 말씀이. 운명에서 도망치지 말거라 인주야. 도망치면 지는 거란다. 마주보면 모든 것이 편해진단다. 그래 그렇게…… 인주는 몸을 돌려 고개를 들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10년이 지났음에도 그는 전혀 변한 게 없다. 아니 인주를 부드럽게 바라보던 달콤한 눈길은 그녀가 알 수 없는 낯선 시간들을 품은 채 짙은 회색빛으로 변해버렸다. 그의 시선 앞에서 흠칫 몸이 움츠러드는 걸 느꼈지만 그에게서 숨을 수는 없었다. “놔 줘요.” “도망가지 않는다면.” “안 가요.” 그러나 인혁은 인주의 팔을 잡은 채로 문을 열고 들어가 인주를 소파에 앉히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손을 놓았다. 인주의 팔목을 잡았던 손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 인혁은 창 맞은편에 있는 세면대로 가서 수건을 물에 담갔다. 인주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인혁은 언제나 저렇게 소리 없이 움직였다. 역시 변한 게 없어. 잘 지냈나 보다. 어느새 인혁이 성큼 걸어와 인주 앞에 수건을 내밀었다. “닦지.” 인주는 말없이 수건을 받아 들었다. 지금껏 커피를 엎지른 것도 모르고 있었다. 수건을 받아 든 뒤에야 손이 끈적인다는 것과 셔츠와 바지에도 온통 얼룩이 진 것을 발견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커피를 닦아내는 인주의 손끝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그가 쳐다보고 있어. 하필이면 이런 모습으로 이런 때에 마주친 걸까. 그는 팔짱을 끼고 책상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인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연한 하늘색 블라인드가 조금 빗겨 열린 채 커다란 창을 가리고 있었고 그 사이를 교묘하게 뚫고 들어온 햇살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어서 그의 표정이 잘 보이질 않았다. “잘 지냈나 보군.” 그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네.” “날 만나러 온 건가?” “그런 것 같아요.” 그의 눈이 그녀가 메고 있는 검은 통으로 향했다. “내 집을 디자인한 게 당신이었나?”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 후에도 공부를 계속했었나 보군.” “지금이 조선시대는 아니니까요.” “그렇군.” 느긋한 태도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그와는 달리 그의 시선 앞에 있는 그녀는 손바닥에 흥건한 땀을 닦아내기 위해 연신 바지에 손을 문질러대고 있었다. “오늘 만나야 할 사람이 나인 건 알고 온 건가?” “알았으면 아마 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는 그를 만나게 된 것이 그녀가 원했던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는 않은 듯 진하게 아치를 그리고 있던 그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왠지 그가 즐거워 보인다고 느낀 건 착각일까? “자, 그럼 나한테 설명해야 할 게 있을 텐데.” “네?” 인혁은 책상에 걸터앉은 자세 그대로 손을 들어 검은색 통을 가리켰다. “아!” 인주는 도면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통을 들고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고 도면을 꺼내어 책상 위로 가져갔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방안에서 돌돌 말려 있는 도면을 펼치는 소리가 유난히 커다랗게 들려왔다. 그는 아직도 책상 위에 앉아 고개만 돌린 채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느긋하게 내쉬는 그의 숨결에서 느껴지는 체취에 취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가 잠시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책상에 펴 놓은 도면의 끝자락이 자꾸 들썩이며 말려 올라왔다. 인혁은 몸을 일으켜 그녀가 서 있는 쪽으로 돌아와 섰다. 그리고 다시 돌돌 말려버린 도면을 넓게 편 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두꺼운 책으로 한 쪽을 눌러 놓았다. 그리고 긴 팔을 뻗어 도면의 다른 쪽 끝을 펼쳐 누르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체온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서 있는 그를 마주 보았다. 마치 사람을 미혹하는 신에게 사로잡힌 듯 눈길을 피할 수가 없었다. 또다시 그의 눈썹이 치켜 올려졌다. 전에는 없던 버릇이다. 모르는 새 그녀가 모르는 버릇이 생겼나 보다. 그래 10년이었다. 긴 시간이다. 인주는 그에게서 눈을 떼고 천천히 입을 열어 새롭게 바뀐 부분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옆에 서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그의 존재에 그녀는 이내 그의 숨결과 자신의 숨결이 하나가 되었던 순간을 떠 올렸고, 그의 눈길을 옭아매고 그의 뺨을 수줍게 쓰다듬어 내리던 기억을 떠 올렸다. 내 눈이, 내 피가, 내 심장이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그리워한 만큼 그는 날 미워했을까? 내가 그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이렇게 만나고서야 비로소 쇳덩이로 뒤통수를 강타 당하듯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가 없는 나는 완전한 내가 아니었다는 걸 나도 그도 몰랐다. 그에게 그녀의 배신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만 남아있을 것이었다. 안 만나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온갖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서 그녀는 지금 무엇을 설명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말없이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던 인혁은 천천히 팔을 뻗어 인주의 턱을 잡아 그녀의 얼굴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그녀의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동그래졌다. “그 조그만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놔…… 놔줘요.” 인주는 당황한 듯 강하게 도리질을 했다. 인혁은 두 손으로 인주의 얼굴을 감싸 쥐고 더 가까이 끌어 당겼다. 그녀의 거칠어진 숨결이 그의 입술을 간질였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당기며 짧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온 그의 입술이 그녀에게 닿았다. 피로와 긴장에 거칠게 말라버린 그녀의 입술이 그의 부드러운 입술 아래에서 점차 생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를 밀어내려던 그녀의 두 팔에 점차 힘이 빠지고 그는 더욱 깊게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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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Blue
Mr.Blue201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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