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까칠하지만 첫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남자 박사 최승민과 유식한 남자와 사랑을 꿈꾸는 여자 강지은이 전해주는 최•강커플의 진짜 재밌는 코믹로맨스 소설 . 여러분! 올봄 와 함께 달달해질 준비 되셨나요? -본문 중에서- 이 이야기는 4차산업혁명과 AI 인공지능 관련 기사 한 줄에서 시작됐다. “아하, 아하.” 2016년 12월 31일. 서울 근교, 파라다이스 모텔 안은 두 남녀의 열기로 뜨거웠다. 그 남자의 볼트가 그 여자의 너트에 정교히 맞춰질 때마다 여자의 신음 소리는 더욱더 거칠어지고 있었다. “하, 하, 하, 한결 씨 조금만 더.” 한결은 지은의 말에 조금 더 흥분한 듯 자신의 볼트를 지은의 너트에 더욱더 조이고 있었다. 마침내 볼트와 너트가 하나가 된 듯 두 남녀가 절정에 다다랐다. “하아.” 지은은 두 팔로 한결의 목을 감쌌다. 한결은 빨갛게 달아오른 지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어때? 오늘 진짜 좋았지? 아르가즘이 온 것 같지 않아?” ‘아 진짜, 무식한 새끼.’ 한결은 매번 가르쳐 줘도 오르가즘을 아르가즘이라고 말했다. 나는 행여 이 뜨거운 분위기를 망칠까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어느새 눈치 없는 내 입에서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오르가즘이라고…….” “‘아’나 ‘오’나 한 끗 차이지. 척하면 척! 그냥 느낌만 말하라고 몇 번을 말해?” 매번 이랬다. 한결은 내가 제대로 된 걸 가르쳐 줘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아마 세상에 무식해도 이렇게 당당한 건 한결 밖에 없을 거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바람처럼 스칠 내 무의미한 말을 고이 접으며 말했다. “맞아. ‘아’나 ‘오’나 똑같지. 한결 씨 잠자리 테크닉은 진짜 신이 줬어! 타고났다고!” *** 그렇게 거사를 치른 나와 한결은 2016년, 마지막 밤을 기념하려 열리는 를 보기 위해 한강 둔치로 왔다. 밖에 나가 걸으며 축제를 즐길 수도 있겠지만, 한결과 나는 귀찮고 추운 걸 싫어하는지라, 따뜻한 한결의 SUV 자동차에 편안히 앉아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형형색색 펼쳐지는 아름다운 불꽃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 특별한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옆에 앉은 한결을 지그시 바라봤다.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나의 소중한 남자 친구 김한결은 10년 동안 내 옆에 꽁꽁 붙어 있는 일명, 나만의 꽁꽁이다. 한결은 누가 봐도 또 보고 싶게 생긴 훈남이었다. 180cm가 넘는 키에, 도자기로 빚어 놓은 듯 뚜렷한 이목구비, 게다가 목소리도 이선균만큼 감미로웠다. 그래서 나는 이 남자와 어느 곳을 함께 가도 나도 모르게 어깨가 쫙 펴졌다. 굽은 등도 펴줄 만큼 내 남자, 한결은 입에서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멋졌다. 무엇보다 내가 그를 더욱 사랑하는 이유는 한결은 최고의 기술공이었기 때문이다. 한결이 볼트를 조이는 기술은 항상 나에게 황홀감을 줬고, 그렇게 우리는 겉으로나 속으로나 찰떡궁합이었다. 어쨌든 지금 내가 기대한다는 그 특별한 일은 한결의 프러포즈다. 사실, 한결은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하겠노라고. 너 서른 되기 전에 꼭 데려가겠다고 말이다. 오늘이, 바로……. 스물아홉 살, 내가 서른 살이 되기 전 마지막 밤이다. 거창한 건 바라지도 않았다. 매일 밤 내가 꿈꿔 왔던 프러포즈는 참 소박했다. 반지 하나 주며 이제 밤마다 헤어지지 말고 같이 살자고 말해 주는 거,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 소박한 프러포즈는 오던 중에 길을 잃어버린 듯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 남자의 앵두같이 예쁜 입에선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지은아. 미안하다. 우리 이쯤에서 헤어지자.” “어?” 이런 말을 할 거면 오늘 모텔을 왜 간 거야? 나는 한결과 아름다운 밤을 지새우려 큰맘 먹고 산, 내 빨강 신상 브래지어가 꽉 끼는 것만큼 가슴이 막막해져 왔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거처럼 머리가 띵 했지만 아직은 그 말의 뜻이 무언지 정확히 감이 오지 않았다. 찌푸려진 미간을 풀며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리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이 순간을 넘기려 했다. “무슨 소리야? 으그! 꽁꽁이 장난 그만 쳐! 지은이 화낼 거다.” 그러나 한결은 장난이 아닌 듯했다. 사랑한다고만 말해도 아까울 거 같은 그 남자에 입에서는 또다시 거짓말 같은 말이 나왔다. “장난 아니야. 헤어지자고. 나 이제 강지은 너랑 그만 만나고 싶다고.” 아까 모텔에서 말실수한 걸 나무랐다고 홧김에 이러는 건가? 그래도 이건 너무한다 싶었다. 나는 단호하고 냉랭한 한결의 태도에 울컥하며 말했다. “오늘 우리 3,200일인 건 알지?” “3,200일이 뭐? 어쨌다는 건데?” 뭐야? 이 남자 진짜 장난이 아니다. 나는 이럴 수는 없는 거라 생각하며, 벌렁거리는 가슴을 애써 짓눌렀다. 그리고 한결의 차가운 태도를 어떻게든 바꿔 보려 매달리듯 말했다. “왜 그래? 우리 아까도 좋았잖아? 그리고 곧 있으면 우리 10년이야. 3,200일이면 한결 씨랑 나랑 밥은 얼마나 같이 먹었을 거 같고, 함께 보낸 밤은 며칠일 거 같아? 내년에 결혼하자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이러지 마. 응? 한결 씨?” 그렇다. 나 강지은의 20대, 내 청춘을 다해 사랑했던 남자 김한결이었다. 나는 이 남자를 위해 태어난 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한결을 보필했다. 그가 가지고 싶다는 명품 시계와 가방을 사주려 없는 살림에 10개월 할부도 질러 봤다. 이건 약과다. 한결에게 바친 조공을 차곡차곡 저축했다면, 나는 지금 보증금 500에 40만 원짜리 월세에 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물론 내가 좋아서 한 짓 가지고 한결을 뭐라 탓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장 억울한 건, 내 싱싱하고 꽃다운 20대를 한결 말고 단 한 명의 남자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버림받아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 나 강지은은 몇 시간 후면……. 서른이 된다. 돈도 뭣도 없고 직업도 변변치 않으며 더욱이 나이만 먹은 나를 데리고 갈 남자는, 혹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결보다 근사한 남자는 아닐 거다. 이 거짓말 같은 상황이 싫은 듯 내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그런데 한결은 내게 일말의 동정심도 없는지, 아주 깔끔히 나를 내칠 작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너는 내가 뭐 잘못한 사람처럼 말한다. 좋았다가도 싫어지는 게 남녀 사이야. 좋은 모습으로 끝내자.” 나는 울며 한결의 팔을 잡고 다시 애원하듯 말했다. “내가 한결 씨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러지 말고 다시 생각해 봐. 한결 씨 이러지 마!” 한결은 강하게 내 팔을 뿌리쳤다. 나도 참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내팽개쳐진 내 팔을 보며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한결은 그런 나를 눈치채지 못한 듯 더 모질게 말했다. “구질구질하다, 나만 좋았냐? 너도 즐겼으면 포차 일반 아니야?” 구질구질하단 그의 말에 내 숨소리는 다시 거칠어졌고 나는 그에게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그 말을 하려 있는 힘껏 소리쳤다. “하, 포차 일반? 이 무식한 새끼야!” 당황한 한결의 동그란 두 눈은 더 커졌다. “뭐라고? 너 지금 뭐랬어? 강지은 다시 말해 봐?” 나는 그에게 지지 않으려 그보다 더 힘껏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무식한 새끼라고 했다. 이 개자식아. 포차 일반은 어디 있는 사거리 포차냐? 특급 꼼장어 말고 일반 꼼장어 시키는 포차냐? 피차일반이겠지? 아우, 무식한 놈.” 신은 참 공평했다. 한결에게 모두가 부러워하는 외형을 줬으나, 딱 한 가지. 바로 지식만은 주지 않았다. 나는 항상 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의 무식함을 이해하고 감싸 줬다. 그러나 한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무식하다 못해 4년제 대학을 나온 남자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나의 몇 안 되는 대학 친구들에게 처음 한결을 소개해 줬을 때, 그녀들은 모두 부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를테면, 쥐뿔도 잘난 게 없는 네가 어떻게 저런 훈남을? 내가 강지은 보다 못난 게 뭐지? 하는 이런 류의 눈빛을 나에게 보냈다. 하지만 그 부러움의 눈빛은 메뉴판을 보고 영어를 읽지 못해 주문하지 못 하는 한결을 보며, 밥은 먹여 살리겠냐? 어떻게 저런 무식한 놈과 연애를? 하는 눈빛으로 변했다. 하긴 명문 여대 출신인 내 친구들은 SKY 출신 남자 빼고는 소개팅을 해본 적이 없는 여자들이었으니……. 그런데 그 무식한 남자는 이상하리만큼 내 앞에서 항상 당당했다. 지금도 이렇게 말이다. “못생긴 게? 입까지 참 거칠어.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너는 실수 안 해?” “이 무식한 놈아, 실수라는 건 어쩌다 한번 하는 거야. 너는 입만 열면 실수를 하냐? 정규 교육을 받은 게 맞아? 대학 졸업장 있다는 건 사실이고?” “명문 여대 나왔다고 유세 떠는 거야? 그 좋은 대학 나와서 계약직이나 하는 게. 지방대 나온 나도 정규직 보안 요원이다.” ‘이게……. 그래, 전쟁이다.’ 나는 속사포 쏘듯 말했다. “뭐 이 자식아. 언제는 계약직이면 어떠냐며? 결혼하면 일 그만두게 해줄 거라며? 그깟 정규직에 연연하지 말라며? 오징어같이 머리에 먹물만 들어서 여자 등골이나 빼먹는 주제에.” “뭐어? 오징어? 네 얼굴이 오징어다. 그리고 너 머리 좋다며? 그럼 그 좋은 머리로 생각이란 걸 좀 해. 요즘 세상에 맞벌이 안 하는 부부가 어디 있어? 명문대 나왔으면서 그 정도도 몰랐던 거야?” ‘이 자식이!’ 점입가경이었다. 그 자식은 내게 미안한 구석은 하나도 없었고 다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다 내가 몰랐던 일이다. 나는 10년 동안 이런 자식을 위해 살았다는 게 억울하다. “입만 열면 자기 합리화! 거짓말뿐이지? 나한테 한순간이라도 진심이었던 적은 있었던 거야? 어?” ‘따르릉, 따르릉.’ 이 중요한 순간에 한결의 휴대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리고 이 심각한 분위기에 받지 않아도 될 전화를 그는 굳이 받았다. 한결은 내가 보란 듯이 큰소리로 얘기했다. “어, 어. 시연아. 조금만 기다려. 한 시간 뒤에 너희 집 앞에 갈 거 같아.” 뭐어? 시연이? 시연이라면 여자일 거고 집 앞으로 간다는 건 그냥 친구는 아닐 거다. 한 해의 마지막을 함께 보낼 여자, 10년 동안 내가 했던 그 역할을 다른 여자가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확실하게 확인시켜 준다. 강지은은 김한결과 이제 끝이라는 걸. 나는 태생이 착한 여자가 아니다. 더욱이 바람을 피운 남자 친구를 용서해 줄 여자는 더욱 아니다. 그리고 나는 무척이나 힘이 센 여자이기도 하다. 2년 전 한결이 정규직 취업 기념으로 사준 인조 가죽 핸드백을 무기 삼아 나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그의 머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나쁜 자식! 개자식! 바람을 피워? 헤어지자고? 그래 헤어져! 헤어져! 이 나쁜 놈아!” “아! 아! 뭐 하는 거야? 너 내 잘생긴 얼굴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나는 멈추지 않고 그의 몸 구석구석을 때렸다. “그래, 그놈의 얼굴 보고 내가 너랑 사귀었다. 내가! 내가! 미쳤지. 얼굴 잘생긴 놈들은 얼굴값 한다고! 우리 엄마 말을 들었어야 이 더러운 꼴을 안 봤지.” “아! 이게? 그만하라고. 언제는 얼굴 못생긴 놈들은 꼴값 떤다더니? 그만해! 아!” “꼴값이 낮지? 나쁜 놈! 나쁜 놈! 평생 그 얼굴로 바람만 피우다 혼자 살아!” ‘팍! 팍! 파악!’ “악!” 나는 그렇게 강력한 한 방을 그에게 먹이고 차에서 쿨하게 내렸다.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니 조금은 통쾌했다. 나는 울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남자 친구에게 뒤통수 맞은 스물아홉 살, 아니 이제 서러운 서른 살이 되는 나는 어쩐지 서러워서 눈물이 계속 나왔다. 나는 하늘에 만개하는 불꽃을 뒤로하고 혼자 울면서 한강 둔치를 걸었다. 사실 오늘은 내 계약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2년을 꽉 채운 내 전 직장은 나에게 많은 잡무와 야근을 밥 먹듯이 줬고, 그 덕에 나는 항상 배가 불렀다. 결혼과 함께 계약직으로 연명하는 이 삶을 청산하려 했던 나는 또다시 정글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참 사나운 팔자다. 남자도 직장도 없어진 나는 도저히 맨정신으로 집에 갈 수 없었다. 편의점에 들러 소주 몇 명을 샀고, 있는 그대로 들이켰다. 그리고 나는 영하 2도의 날씨에 깡 좋게 한강 벤치에 앉아 강소주를 마시며 굳게 다짐했다. “내가 김한결같이 무식한 새끼를 다시 만나면 성을 간다. 나는 박사 만날 거야. 학사, 석사 말고 박사! 무식한 놈은 절대 안 만난다고!” 그 능력 있는 박사가 뭐가 좋아 나를 만나겠느냐마는 나는 이제 학식이 낮은 인간은 거들떠보지 않을 생각이다. 유식하게 나와 대화를 나누며 더욱이 내가 존경할 수 있는 그런 남자, 내 그런 남자를 기필코 만나리라 생각하며 나는 소리쳐 세상 모든 신들을 소환했다. “부처님, 하느님, 알라신 이하 세상 모든 신이시여. 나 좀! 나 좀! 도와줘요!” 로로릴리 재밌는 글로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고싶은 여자 [전자책 출간작] 꿈 같은 너 [작품 공지] 본 작품은 제공사 요청으로 2019년 11월 26일부로 작가 정보가 [천송희]에서 [천세빈]로 변경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