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이런 짓 그만두시죠.” “이런 짓이라니요?” “선량한 시장 사람들 꾀어내는 짓 말입니다. 연세 지긋하신 어른들을 상대로 그럴듯한 말로 어렵게 번 돈 갈취하지 마시죠.” 난희가 나타나면 손님들이 들끓고, 난희가 사라지면 손님들도 감쪽같이 사라진다. 마치 서로 짠 것처럼 손님들이 난희의 뒤만 졸졸 쫓아다닌다. 아니, 난희가 손님들을 몰고 다닌다. 그래서 ‘화난희’라는 아가씨는 ‘신진 재래시장’ 상인들에겐 신비한 힘을 가진 행운의 여신이자 복덩이였고, 상인들은 이런 대단한 힘을 칭송해 그녀를 ‘대단한 아가씨’라고 불렀다. 적어도 그 남자, 도건혁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 어쩔 수 없이 당분간 떡볶이 집을 운영하게 된 건혁은, 무전취식도 모자라 자신을 ‘손님 끄는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말하는 난희와 황당한 첫 만남을 시작으로 사사건건 부딪치게 되는데……. 손님 끄는 신비한 힘을 가진 ‘대단한 아가씨’ 화난희와 그보다 더 대단한 성깔을 지닌 도건혁의 이상야릇한 만남! [본문 내용 중에서] “혹시, 아주머니께서 제 이야기를 안 하던가요?” “무슨……?” 남자의 까만 눈동자가 크게 벌어지더니 의아함을 담아냈다. 남자의 표정으로 보건데 남자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게 분명했다. 그제야 난희는 찌푸렸던 표정을 풀고 한결 상냥하게 손짓을 더해서 이야기했다. “아아, 그러셨구나. 제 이야기를 못 들으셨구나. 아주머니가 깜박하고 제 이야기하지 않으셨나 봐요.” “무슨 이야기 말입니까?” 아무래도 이 이상한 여자가 떡볶이 값 2천 원을 내지 않으려고 갖은 수작을 부리는 듯했다. “음,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고 아주머니께 전화를 해보심이 어떨까요?” “직접 말하시죠.” “제 입으로 말해 봤자, 믿지 않으실 텐데…….” “믿고 안 믿고는 제가 판단하죠.” “그렇다면 말할게요.” 여자가 과연 어떤 말을 할까, 건혁은 여자의 분홍 입술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잠시 뜸을 들인 여자는 입술을 달싹거리더니 낭랑한 목소리로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전, 손님 끄는 아르바이트생이에요.” 건혁의 미간이 단박에 좁아졌다. “거봐요. 못 믿을 거라고 했잖아요.” 난희는 남자의 찌푸린 표정을 보고는 입을 삐죽였다. 건혁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한 뒤 표정을 가다듬고는 난희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손님 끄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요. 평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한 시간 동안 저 테이블에 앉아 있어요. 시간이 되면 아주머니께서 제게 2만 원을 주시고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건혁의 얼굴이 아주 험상궂게 일그러졌다가 펴졌다. “원래 더 많이 준다는 곳이 많은데요, 아주머니께는 특별히 2만 원만 받고 있어요.” “그냥 저 테이블에 앉아만 있는다는 겁니까? 2만 원을 받고?” “네. 제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들거든요. 지금 여기 있는 손님들도 다 저 때문에 온 거예요. 제가 여기 있으니까요.” 우쭐거리며 말하는 여자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만약 여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자는 지금 여기에 있어야 할 게 아니라, TV에 나왔어야 마땅했다. 건혁은 핸드폰을 챙겨 들고 조용히 가게 밖으로 나갔다. 나가는 그의 등 뒤로 여자의 발랄한 목소리가 따라왔다. “이제 다 아셨으니까, 남은 시간 마저 채우고 갈게요. 일당은 갈 때 주시면 돼요.” 황당해도 너무 황당하다. 손바닥만 한 가게에 아르바이트생이라니. 그것도 손가락 까닥하지 않고 앉아서 시간만 죽이다 가는 아르바이트생이라니. 자칭 손님 끄는 아르바이트라……. 건혁은 챙겨 나온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의 핸드폰 액정 화면에 114라는 숫자가 찍히고 상냥한 안내원의 목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흘러나왔다. 건혁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다부지게 말했다. “신진 재래시장 근처에 있는 파출소 전화번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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