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이윤- 정운국의 황제. 자신을 낳아준 모후의 죽음에도 눈물 한방을 흘리지 않는 냉혈한.
서희의 손길에 병든 마음이 서서히 열리고 집착을 하게 된다.
서희-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뿐인데 황제의 집요한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어느 밤 자객들에게 공격을 당한 황태자 이윤은 자신을 도운 서희로부터 태어나 처음으로 따스한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취를 감춘 서희를 몇 년 만에 찾아내고, 그의 옆에 옭아매려한다.
그는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그녀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입을 맞추어 주었던 그 발이 상처투성이였다.
버선도 신지 않고 맨발로 헤맨 것인지 찢어지고 피가 나와 마른 흙바닥을 천천히 적셔 발이 닿았던 자리가 피로 흥건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상처 난 발을 큰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러자 서희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는 그 상처를 외면하듯이 눈을 감았다.
더 냉정하고, 더 악한 모습을 보여야 했건만. 더는 그리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여인과 아이가 아파하고 있었다.
더 잔악하게 굴었다가는 영원히 후회할 일이 벌어질 것이다.
“날 그냥 두지 않으십니다. 이렇게 된 이상 날 원망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리 놓아드렸건만, 이번에도 그대가 먼저 다가온 것입니다. 무섭다 하지 마세요. 그러면 내가 불쌍해지지 않습니까.”
#드디어 찾았군
#이제 도망은 끝낸 것입니까?
#무서워 마세요. 천천히 넣을 겁니다
#아니 갈 것입니다
#내. 가… 피운 사랑은… 얼음 꽃 이었구나
[미리보기]
상인과 무사는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6척 장신의 사내들을 한번 쭉 둘러본 뒤 떨어진 칼을 챙겨 시전을 벗어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상인들이 그럼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로 돌아갔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아이가 그들이 차고 있는 검을 보고는 그녀의 뒤로 숨어들었다.
“나리 감사합니다. 소녀와 이 아이의 목숨을 살려 주셨습니다.”
“내가 아니라….”
현무는 말끝을 흐리며 멀찍이 떨어져 이쪽을 주시하는 황제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황제가 고개를 저어 보였고,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라니요. 분명 나리께서 칼을 쳐내시지 않으셨습니까. 어서, 어서 나와서 인사를 드려야지. 하마터면 큰일을 당할 뻔했잖니.”
뒤로 숨은 아이의 손을 잡아 옆에 세우고는 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황제는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비단 가게 앞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여인은 현무를 향해 더욱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은 마치 숨은 달빛을 대신해 하늘을 밝히는 샛별처럼 영롱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황제의 눈빛이 집요하게 그녀를 좇았다.
‘드디어 찾았군.’
입꼬리를 비죽 올리고는 갓 그늘 속에서 짐승처럼 웃었다. 역시 도성 안에 있었다. 결국은 만나는 것을. 애끓게 찾던 것이 무위였다니, 헛웃음이 비실비실 터져 나왔다. 제가 어찌 그날들을 버텼는지 저 여인은 모르겠지. 지금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움켜쥐고 싶다는 충동을 어떻게 누르고 있는지도 모른 채 저리도 곱게 웃고 있다. 다리 사이 음경이 제멋대로 춤을 추었지만 그는 단전에 힘을 주어 그 음탕함을 내리눌렀다.
그가 아닌 다른 이에게도 친절을 베푸는 여인의 모습을 보며 왠지 불편해졌다. 그녀는 오직 그에게만 속해 있어야 했다. 저 착한 심성을, 자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도 쉽게 보여주는 것에 분노가 일었다. 그녀가 그에게도 그런 마음으로 대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저 여인에게 그는 저들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그에게만 특별한 마음이 있던 게 아니었다. 그저 지나치지 못해 도와준 사람. 딱 그만큼이었다.
작가소개
연이낭자
출간작
-팔려온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