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한 번만, 흐읏. 한 번만 하자.”
그 하자는 말이 설마 섹스는 아니겠지?
“아라야, 한 번만 박고 싶어.”
미쳤다. 이런 몸을 하고 어떻게 섹스를 하자는 건지.
“네 보지에 좆을 넣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거짓말. 친구 지아에게 들어서 안다. 오지언이 자신이 다니고 있는 과기대에서도 아이큐로는 손에 꼽힐 정도로 머리가 좋다고. 머리 좋은 늦둥이 동생을 얼마나 자랑했었는데….
“정말이야. 네 보지 맛도 기억이 안 나.”
그녀의 대답이 없으니 지언의 말이 점점 음란함의 강도를 더한다.
“아라야, 그러니까. 병원 가기 전에 한 번만 하자. 응?”
“미쳤어.”
도저히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아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너 지금 몸이 성한 거 같아?”
정밀검사를 해보아야 알겠지만, 지언의 몸 어딘가는 분명 골절이 있을 것 같이 심각해 보였다. 그러니 이 상태로 섹스를 했다가는 정말 큰 일이 날 것 같았다. 한번 시작했다 하면 끝을 보지 않는 그의 섹스 성향을 알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럼, 한 번만 빨게 해 줘.”
“뭐라고?”
“네 보지 한 번만 빨게 해 달라고.”
미쳤다, 오지언. 하긴 이성을 완전히 상실했으니까, 조폭 출신인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죽을 듯 맞아놓고 화를 내기는커녕 이렇게 결혼을 하자고 폭탄선언을 하는 것이겠지만.
“야, 오지언. 넌 화도 안 나?”
“뭐?”
“아니. 어떻게 성훈 씨에게 처참하게 맞고서도, 나한테 청혼을 할 수 있느냐고.”
이성이 제대로 박혀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처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아라가 묻는다. 그런데.
“처참하게 맞았으니까, 결혼하자고 하는 거지.”
“뭐라고?”
지언의 의도를 전혀 알아차릴 수 없어 아라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그녀의 볼을 지언은 피 묻은 손으로 사랑스럽게 쓰다듬는다.
“안성훈이 더럽고 무서운 놈이라는 것을 알아서.”
“……?”
“그런 놈한테서 널 조금이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어서.”
***
“야, 성아라. 저놈이랑 잤냐?”
“뭐어?”
그토록 보고 싶고 미치도록 그리웠던 절절한 마음이 알 수 없는 질투심과 만나 치졸하게 폭발하고 말았다. 어이없어하는 아라의 표정을 보면서도 욱하는 마음이 더없이 그를 못나게 만든다.
“저 새끼 자지가 내 자지보다 커? 저 새끼 좆질이 나보다 더 낫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아라가 지언의 모습을 보며 초연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입술을 서서히 열었다.
“그래.”
“뭐라고?”
“너보다 낫더라.”
아라의 한마디에 잘 생긴 지언의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금방이라도 세상의 모든 것이 터져버릴 것처럼 그의 얼굴에 분노가 퍼져나간다.
“나랑 한 약속. 나랑 한 약속… 잊었어?”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예쁜 얼굴에서 나오는 아라의 목소리는 더없이 잔인하기만 했다.
“오지언, 잘 들어. 나 결혼해. 방금 그 남자랑. 그러니까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