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여기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려는 여자와 그녀가 이용하려는 남자가 있다.
여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게한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어 했고,
남자는 그런 그녀의 복수를 도와주고 싶어 했다.
이수경
- 바람 같은 여자. 그녀의 어머니는 흔히들 말하는 '첩'이었다. 그녀는 어릴때부터 '첩의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왔다. 그녀의 어머니 또한 유부남에게 강간을 당한 피해자에 불과했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는 병들어 죽게 되고, 그렇게 그녀는 어머니를 죽게 한 그 사람에게 복수를 강행하려 한다.
서민혁
- 바람을 잡으려는 남자. 그는 거의 첫눈에 운명처럼 수경에게 빠져든다. 그런 그녀를 가지고 싶고 탐하고 싶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를 도와주기로 했다. 이용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해서라도 그녀를 옆에 두고 싶었다.
“어디에요?”
“당신 바로 뒤에.”
수경은 휴대폰 속에서 들려야 할 그의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이소은 씨도 먼저 와 있어. 너 볼일 보고 있는 중이니까 저쪽에서 기다리라고 했지.”
민혁의 말에 수경은 아무 말 없이 민혁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뭘 그렇게 봐?”
민혁의 물음에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어쩐지 소은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일찌감치 도착했을 터였는데. 그를 이용하려 했는데, 부탁하지도 않은 일을 알아서 해주니 어쩐지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에요. 난 소은이랑 얘기하고 올게요.”
미안한 마음에 민혁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수경은 혼자서 소은에게 가려고 했다.
“어딜.”
그에 민혁은 수경의 손을 잡고 자신의 허리로 이끌었다. 자연스럽게 연인들의 포즈가 되자 수경을 당황해서 손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민혁은 수경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내 옆에 있어. 당신 계획에 맞게 장단 맞춰 줄 테니까.”
“그럼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요.”
“미안할 필요 없어. 그 대신 나도 당신에게 받아낼 것도 있고.”
“그렇다면 그 호의, 고맙게 받아들이죠. 나한테서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민혁은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대하는 것처럼 수경을 조심히 이끌었다. 수경은 그가 이끄는 그대로 따라갔다.
마지막으로 낙하산을 다 편 후 여러 가지 줄을 점검하더니, 민혁의 ‘뛰어.’라는 외침과 동시에 민혁과 수경은 바람과 마주해 경사면을 따라 뛰면서 힘차게 도약했다. 발이 지면에서 점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중력을 배반하고 수경과 민혁은 공중에 떠올랐다. 처음 겪는 일이기에 긴장했는지 수경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원래는 지상에서 얼마간의 수업을 받아야 탈 수 있는 거였는데 그런 과정도 없이 타게 된 거라 더욱 걱정되었다.
“긴장 풀어. 힘 빼고 날 믿어.”
바라보기만 했던 창공의 일부분이 된 기분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아찔했다. 제주도의 따뜻한 바람은 두 사람을 감싸 안으며 더욱더 높이 올랐다. 아래로 밭이라든가 산이라든가 여러 가지가 보였지만 그녀의 눈을 끈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새파란 하늘이었다. 수경은 민혁이 뒤에 있다는 사실도, 촬영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하늘을 바라봤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그녀의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은 수경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 속의 일부분이 되고 싶었다. 그 속에 녹아들고 싶었다.
민혁은 하늘로 오르자마자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확 풍겨오는 수경의 향기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그의 바로 앞에서, 수경이 그에게 모든 걸 맡긴 채 함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민혁은 수경의 모든 것을 가진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언뜻 보인 수경의 옆모습에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그녀를 가졌다는 생각을 하는 민혁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경의 표정은 곧 사라질 것처럼 처연했다. 그리고 햇빛 때문인지, 수경이 정말 사라질 것처럼 서서히 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잡아야 한다.’
민혁은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수경을 붙잡았다. 처음 수경을 봤을 때도 그녀는 바람을 떠올리게 했다. 자유로운 그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었다. 그런데 지금은 수경의 그 자유로움 때문에 심장이 멈춰 버릴 것 같았다. 그녀가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꽁꽁 묶어두고 싶었다.
“왜 그래요?”
수경이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서 이 창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수경을 빼앗기기 전에 멀어져야 했다. 차라리 그녀를 뺏으려는 것들이 인간이었으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하늘을, 바람을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하지만 민혁은 그 모든 것들을 거슬러서라도 수경을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