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재벌가의 후계자이자 대기업의 이사인 강우진. 그는 형수의 부탁을 받고 형의 내연녀를 찾아간다. 형에게서 떨어지라는 따끔한 충고를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그 자리에 나온 여대생 시연을 본 순간 할 말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우진의 열병은 시작되었다.
***
이상한 여자였다. 그런 이상한 여자를 기어코 찾아온 자신은 더 이상한 남자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른다. 풍경에 담긴 사람들도 몇 번씩 바뀐다. 우진의 검지가 핸들을 톡톡 두드렸다. 이윽고 시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번과는 사뭇 다른 차림새였다. 산뜻한 티셔츠에 청바지, 하얀색 운동화가 인상적이었다. 오가던 사람들이 시연을 돌아봤다. 시선을 붙잡아두는 힘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차에서 내린 우진이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가뜩이나 외제차도 캠퍼스와 겉도는데 말쑥한 정장차림의 우진은 과도하게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이시죠?”
꽉 다문 입술이, 곧게 뻗은 속눈썹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그는 이 얼굴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형 일이 아니야. 할 말 있으니까 일단 타.”
“제가 왜요?”
따지고 보면 시연이 자신의 말을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그 당연한 말을 여태 아무도 한 적이 없었다. 왜 그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를 물은 사람은 이 여자가 처음이었다. 자신의 할 말만 하고 다시 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시연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대체 뭘까. 내가 요즘 여자가 궁했나. 아니다. 문자 한 통이면 당장 달려 나올 여자는 줄지어 섰다. 그런데도 그는 이 여자를 쫓아 여기까지 왔다.
“사람들 시선 받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지? 억지로 끌려가면 볼만할 텐데?”
손아귀에 들어오는 시연의 손목이 얇았다. 이 여자 제대로 먹고는 다니는 건가. 일단 이 손목에 살을 좀 붙여야겠다. 우진을 향한 그녀의 얼굴에는 불쾌한 느낌이 역력했다.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시연은 제가 먼저 그의 차로 가서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힐을 신지 않았어도 시연의 뒷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반듯하게 펴진 어깨와 곧게 뻗은 등에서 이어지는 허리, 바지 위로 드러난 군살 하나 없는 라인이 아름다웠다. 시연이 뒤를 돌아보며 당돌하게 물었다.
“안 타요?”
운전석으로 걸어가는 우진의 입가가 부드럽게 말려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