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자신의 어두운 과거는 저 멀리 묻어버린 채 밝게 살아가려 애쓰는 여자가 전혀 얘기치 못한 상황에 놓이면서 운명적인 천적을 만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내게 되는데. 천적(?)인 ‘그’에게도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는 그녀의 반격이 유쾌하게 시작되는 이야기.
-본문 중에서-
한희는 20분에 걸쳐 수술을 끝냈다. 결론은 다행스럽게도(?) 충수염이 아니었다. 메스를 들고 신중하게 진현의 우하복부를 가르자 곁에 있던 윤정은 토할 것 같은 표정으로 나가 버렸다.
'그러게 나가랄 때 나갔으면 좋았잖아.'
끈질기게 같이 있겠다고 하더니 결국엔 화장실로 뛰어갔다.
정태는 한희 옆에서 조수 노릇을 하며 남아 있었다. 소장이 끝나고 대장이 시작되는 첫 부위 끝에 쥐꼬리처럼 달려있는 충수가 너무나도 멀쩡히(?) 있었다.
“!”
정태가 멀쩡한 충수를 보며 곤란한 표정으로 한희를 쳐다보았다. 곤혹스럽긴 한희도 마찬가지였다. 충수염이 아니라서 다행이어야 하는데 맹장염도 아닌데 싫다는 사람 배를 개복해 버려서 멀쩡한 이 남자의 충수를 그냥 잘라 버릴까 살짝 갈등을 하였다. 이 남자가 난리칠 것을 상상하자 벌써부터 골이 빠개질 것만 같았다.
잠깐 동안 같은 생각을 했는지 마주보던 한희와 정태는 의사로써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게 될까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재빨리 봉합했다. 한희도 긴장했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워쩐대?”
정태의 물음에 마음은 심란했지만 말로는 쿨한 척 했다.
“어쩌긴. 충수염이 아니니 축하한다고 해야지.”
“그렇게 얘기 했다간 분명 칼침 맞을 거야.”
정태가 몸을 부르르 떨자 한희는 피식 웃었다.
“그럼 어떻게 해?”
혹시나 무슨 수가 있나 싶어 물었지만 역시 이 자식이 생각하는 게 그렇지 물어본 자신이 바보였다.
“그냥 충수염이라고 해. 설마 충수염에 또 걸리겠어?”
정태가 쉽게 얘기하자 한희는 다음번엔 이 자식의 충수를 떼어 내겠다고 진지하게 다짐하였다.
“그러다가 정말 충수염 걸리면 어떻게 해? 이 남자 성격에 날 당장 찾아내서 아작 낼 거 같은데?”
“그럼 이 남자가 충수염에 걸릴 확률을 생각해 봐.”
정태의 유혹은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