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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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숙명처럼 사랑했던 남자, 한서준.
그 사랑을 처참하게 부숴 버린 여자, 윤이수.
그리고 3년 후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
몇 번의 우연은 필연으로 이어지고, 두 사람은 또다시 운명의 고리에 묶여 버린다.
과연 이수는 서준의 죽어 버린 회색빛 심장을 다시 일깨울 수 있을까.
서준은 이수의 서러운 사랑을 보듬어 끝내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이제 두 사람을 태운 운명의 수레바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남자를 사랑해서 떠난 여자와 여자를 사랑해서 복수하는 남자.
서로를 향한 그들의 끝없는 갈망!
[본문 중에서]
“눈 감아.”
나른한 목소리에 이수는 눈을 감았다.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입술을 쓸어내리던 서준이 얼굴을 내려 입술을 머금었다. 좀 전의 난폭했던 키스를 모두 지워 버리려는 듯 그 어느 때보다도 부드럽고 달콤하게 키스했다. 점점 몽롱해지는 가운데 이수는 마치 처음 그의 입술이 닿았던 그날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여전히 뜨겁군.”
완벽하게 환상 속에 사로잡혀 있던 이수는 서준의 말에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 속에 떠다니는 비웃음이 그녀의 동공 안으로 선명하게 들어찬 순간, 절망하며 상체를 밀어냈다.
“이렇게 열렬히 반응하면서도 날 원하지 않는다고?”
그동안 이 남자를 기억 속에서 몰아내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 쳤는데 미소 하나에, 뜨거운 키스 한 번으로 처참하게 무너져 버렸다. 거기에 완전히 넋이 나간 것도 모자라 안아 달라고 온몸으로 신호까지 보냈다는 사실에 이수는 경악했다.
“이건 조건반사일 뿐이에요. 당신에게 잠식됐던 6개월에 반응한 것뿐이라고요.”
“후! 하하!”
한껏 비웃는 듯 어깨가 들썩거릴 만큼 큰 소리로 웃으며 서준이 소파로 걸어갔다.
“왜 돌아왔나.”
냉랭하게 말을 쏟아내는 그는 전보다 많이 야위어 있었다. 그 모습에 뭔가가 울컥 치밀어 이수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하지만 이제 3년이나 지났고…….”
“그래서 겁 없이 서울 땅을 밟았다고?”
야수처럼 눈을 번득이던 서준이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앉아, 힘들게 서울 땅 밟았는데 환영 인사는 해줘야지.”
“진심이세요? 눈빛은 절 발기발기 찢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요.”
“다행히 분위기 파악은 잘하는군. 분명 지난번에 경고했을 텐데?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말라고.”
“호텔에서 만난 건 정말 유감이에요.”
“유감? 좋아. 그럼 나도 미리 말하지. 앞으로 일어나는 일은 유감이야.”
폭풍 전야처럼 고요하던 서준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일렁거리자 이수는 훅 하고 숨을 멈추었다. 요동치는 가슴을 바짝 그러쥐며 그녀가 최대한 덤덤하게 말했다.
“원하는 게 뭔지 말해요.”
“좋아, 그럼 평화적으로 풀어 볼까? 지금 당장 여자가 필요해. 지금 여기서 날 만족시켜 준다면 원하는 걸 다 주지.”
“그럼, 당신 심장도 줄 건가요?”
그 말에 서준이 피식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내 심장은 누구 때문에 3년 전에 죽어 버렸어. 그러니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지.”
심장이 죽어 버렸다는 말에 이수는 그대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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