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까마귀 종족, 은오.
그리고 푸른 뱀 종족, 벽사.
두 종족의 결합은 결코 경사롭지 않았다.
염제의 몸으로 태어나 벽사에게 납치된 유일한 은오, 은초아.
뱀의 소굴에 들어오게 된 그는 원치 않는 혼인을 하고,
강한 요괴를 수태해야 할 운명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제 가족을 모두 죽인 남자와 혼인을 해야 한다.
“…만지지 마.”
“그건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야.”
언제부터 그 귀한 염제의 취급이 이리 떨어졌던가.
뱀의 아가리 앞에 선 가련한 까마귀의 운명은
어디까지 가게 될 것인가.
“…당신을 미워하는 것도 힘이 들어. 모두를 죽인 당신이 미워 죽겠는데, 난 이제 당신을 미워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 들어서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 어떤 것도.”
“넌 여전히 뭘 모르는군. 정말 애석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