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권력을 가진 남자 오태완.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이 남자가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철저하게 후회하고 짓밟아주고, 그리고 깨끗하게 끊어내고 싶었다.
“여기서 적당히 끝맺어요. 오늘 내용증명과 이혼 서류를 보낸 건 그냥 경고일 뿐이에요. 그 서류를 또 한 번 더 공처럼 만든다면 그땐 진짜 소송을 시작할 거예요.”
태완의 눈이 위험하게 번득였다. 하지만 희주는 왠지 그의 눈빛이 상처 입은 짐승의 것 같다고 느꼈다. 왜 그런지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래? 좋아. 그렇다면 빚도 갚아야지. 그게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으니. 안 그래?”
태완은 금세 느긋한 얼굴로 돌아가 나직하게 물었다. 희주는 순간 이를 악물었다. 가장 중요한 본론은 이제 시작이었다.
“물론이죠. 오태완 대표에게 돈 말고 뭐가 또 남겠어요.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돈을 갚겠다고?
태완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
그가 이엘과 희주에게 투자한 돈은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너무 쉽게 변제를 입에 올리고 있었다.
“남은 빚을 한꺼번에 청산할 준비가 되었다고?”
“못 받을까 봐 걱정인가요?”
“……당신이 이럴 정도로 우리 결혼이 엉망이라고?”
도전적인 희주의 눈빛에 태완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희주는 미묘한 기시감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서 이 남자는 자꾸만 상처받은 것처럼 구는 거지?
우스웠다. 그러면서도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돈으로 시작하고 몸으로 끝내는 사이
#다른 남자에게 웃기만 해도 섹스로 복수하는 남자
#이 남자, 이 세상 독점욕이 아니야
#당신이 후회하는 꼴을 반드시 보고 말 거야
#너무 늦은 후회는 안 하니만 못하다
[미리보기]
“얼른. 용서해줄지도 모르잖아? 하는 데까진 해 봐야지.”
조롱하듯 던지는 말에 희주가 이를 악물었다 숨을 길게 뱉었다. 그녀가 눈을 감고 천천히 짓씹듯 읊었다.
“용서해줘요. 태완 씨.”
“뭘?”
“그러니까, 내가…….”
말문이 막혔다. 동시에 남자의 손가락이 다시 안을 거칠게 문질렀다. 희주가 비명을 지르듯 흐느꼈다.
“다, 다른 남자! 남자한테 웃어서…… 그래서 화난 거잖아요! 안 할게요!”
“이제야 머릿속에 입력되었어?”
태완의 손가락이 멎었다. 그가 말할 때마다 뜨거운 숨결이 음핵 위로 쏟아졌다. 잔뜩 민감해진 살이 축축한 공기에도 떨었다.
희주가 경련하듯 고개를 사납게 끄덕였다. 그 순간 손가락이 다시 주름진 속살을 마찰하며 긁었다.
“내가, 내가 잘못……. 하아앗!”
“그래. 한 번만 더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 그땐.”
태완이 선을 그었다. 그의 입술이 음핵을 거세게 빨았다. 손가락이 이미 녹진해진 속살을 휘저었다. 희주가 등줄기를 곧추세운 채 비명을 질렀다.
“아아, 아! 아! 하아!”
“내 손에 죽을 각오를 해.”
희주의 몸이 경련했다. 아래가 확 풀어지는 느낌과 함께 뜨거운 체액이 확 터졌다.
죽을 듯한 절정. 괴로움도 쾌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처음 깨달았다. 스파크가 커지는 것처럼 눈앞이 번쩍거렸다. 허벅지 아래로 뭔가가 줄줄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