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공작 영애였다.<br>사랑을 받기 위해 몸부림쳐도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냉대와 폭언뿐.<br>그래서 정략결혼이 예정되었을 때 이 거지 같은 가문에서 나가기로 결정했다.<br><br>숨겨 둔 보석을 챙겨 도망갈 준비를 했지만….<br>증오심에 물든 입양된 남동생, 카닉스가 반란을 일으켰다.<br><br>“공작가에 빌붙어 있으면 목숨 보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br><br>“나, 나도 피해자였고…. 너, 너에게 아무 짓도 안 했잖아?”<br><br>슥-.<br><br>끝내 계획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카닉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br><br>이후, 또 한 번 주어진 삶. <br>나는 갓 입양된 카닉스를 부둥부둥 해주기로 결심했다. <br>삐뚤어져서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나도 살아서 도망칠 수 있도록.<br>그런데 너무 잘 길들인 걸까?<br><br>“나 검 배워서 눈나 지켜줄래!”<br><br>나 도망갈 건데….<br><br>"눈나밖에 없어. 커서도 눈나랑 평생 같이 살래!“<br><br>“그, 그래.”<br><br>귀여운 눈망울을 굴리며 나를 지켜준다는 뽀시래기의 말에 얼떨결에 미래 약속까지 해버렸다.<br><br>***<br><br>6년이 지나, 마물 토벌에 떠났던 카닉스가 훌쩍 커서 돌아왔다.<br><br>“누님, 왜 저를 피해요?”<br><br>카닉스의 눈꼬리가 곱게 휘었다.<br>방긋 웃는 얼굴과는 달리, 내 허리를 휘감는 손길이 집요했다.<br><br>“자꾸 그러면…. 못 참을 거 같은데.”<br><br>느릿하게 속삭이던 카닉스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br><br>…뭔가 잘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