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의 평범한 회사원 정재민. 입사한지 3년만에 대리로 진급하며 기획팀으로 발령난 첫 날, 자신의 상사라는 김수연 팀장을 첫대면하며 한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일곱살 연상에 이혼녀, 대기업 대표의 아내였던 여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그녀를 향한 마음은 한없이 커져만 가는데 그녀는 얼음처럼 차갑기만 할 뿐.
-본문 중에서-
“아니 정 대리님 도대체 그 잘생긴 얼굴에 키도 훤칠하고 성격도 좋은 사람이 뭐가 모자라 짝사랑이래요?”
“정 대리가 잘 생겼어?”
수연이 물었다. 하긴 한 번도 재민의 외모를 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으니.
“그럼요, 정 대리님 정도면 완전 잘생겼죠. 뭐 팀장님 눈엔 안 찰지 몰라도요.”
갑자기 수진이 시큰둥하며 입을 삐죽였다. 이건 소개팅을 시켜주고 싶은 게 아니고 본인이 어쩌고 싶은 건 아닌지 딱 그런 표정이었다.
“아, 그런가?”
수연이 마시던 커피 잔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정재민, 오뚝하니 날카로운 콧날에 단정하고 야무진 입매, 눈이 크진 않지만, 속 쌍까풀이 살짝, 웃을 땐 왼쪽 뺨에 보조개도 들어간다. 거기에 180 정도의 훤칠한 키, 군살도 없이 쫙 빠진 몸매를 자랑하는 정말 어디 하나 빠진 데가 없는 듯하다. 왜 여태 몰랐을까? 그동안 팀원들한테 너무 관심이 없었나 보다.
그나저나 그런 정 대리가 잘난 정 대리가 무려 짝사랑이라니……. 서류를 들추다 갑자기 손이 멈칫하는 수연. 정재민의 짝사랑, 뭔가 감이 오는 것 같다. 근 두 달간 수연의 뒤를 집요하게 쫓는 시선. 언제부터인가 다른 직원들과는 반대 방향에 PC 모니터를 옮겨 놓고 불편하지 않느냐는 직원들의 물음에 ‘전 이쪽이 더 편해요.’ 라고 대답해 놓고는 일하면서 간간이 목을 두드리던 재민. 그리고 그의 모니터가 담아내던 수연의 책상.
설마. 정말? 아니겠지. 맞을까? 차마 재민에게는 물을 수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그에 YES와 NO를 반복해 대답을 해보다가 이내 전날 재민과의 술자리에서 얻어내지 못한 해답이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 정말 그런 건가? 활발하고 성격 좋고 잘 웃는다던 재민이 웃음이 없어지고, 말이 없어지고 한숨이 늘어날 만한 상황. 재민의 짝사랑이 정말 수연 자신인 건지? 당사자인 재민이 겉으로 어떤 표현을 하고 있지 않는데 수연이야 그 맘을 정리하랄 수도 받아들일 수도 진짜인지 물을 수도 없는 이런 난감한 상황. 더군다나 아직은 확신도 없는 상태. 그런데 왜? 일곱 살이나 연상인, 더더군다나 이혼녀인 그녀를 재민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