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사랑은 자신만의 잣대로 각기 다른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그리고 여기 지탄을 받아도 오로지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남자 류은강이 있다. 하지만 그는 한 순간의 선택으로 그 사랑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래서 그의 심장 속 자리 잡은 멍의 반은 그 사랑의 아픔과 고통으로 채워져 있다. 사랑은 긴 시간 그에게 잔인한 그리움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이 그 사랑이 그에게 걸어가라고 말하고 있다. 네가 사랑하는 그 한사람에게로……. -본문 중에서- “나 결혼할거야, 여린아.” 은강은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 망설여질 것이 뻔했기에. 그녀의 눈을 보면 이 자리에 눌러 앉을 것이 뻔했기에. 은강은 차라리 여린이 자신을 욕하고 치욕스럽게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여린은 어떠한 이유도 변명도 묻지 않은 채 조용하고 차분히 그를 보내주었다. “결혼하겠다는 사람 붙잡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서로 엉망진창 싸우다가 끝내는 건 내 쪽에서 사양이야. 구질구질하고 깨끗하지 못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집을 비운사이 선배가 나가주면 끝나는 거야.” “여린아.” “그냥 그렇게 해.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 그냥 그렇게.” 집을 나가는 여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은강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리 내어 울었다. 여린을 사랑했다. 죽을 만큼 사랑했다. 그토록 원하던 가정이란 꿈을 포기할 만큼 사랑했지만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왜 평범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살아가지 못하게 된 것일까. 자신은 지금 옳은 선택을 하긴 한 걸까. 이다지도 못난 놈이었다니. 머릿속은 뒤죽박죽이라 무엇 하나 제대로 답을 내리는 것이 없었다. 한 가지 자신 때문에 그 집에서 살아있지도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둘 수는 없는 연수를 선택했다는 것은 알았다. 얼마나 운 것인지 머리가 아프고 두 눈이 아팠지만 아직도 심장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몸을 움직여야 했다. 지금 여린이 돌아와 마주치면 그녀를 잡고 분명 놓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그는 그녀의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앉았다. 잠시 멍하니 앉아있던 은강은 자판에 손을 가져갔고 한자 한자 타이핑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심장에 시커먼 멍이 하나, 둘, 싹이 텄다. 그는 한마디 [날아가라.] 라는 메시지만을 남기고서 자신의 물건은 건드리지도 않고 몸만 가지고 단칸방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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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 Series01/09/2015
  • Current심장에 멍을 묻다 [단행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