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가 돼주겠습니까?”
그가 묻는다. 아내가 되어주겠냐고.
그런데도 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신은 거절 할 수 있습니다. 나야 다시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니까.”
떨리는 그녀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 닿았다.
그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며.
우아하면서도 냉담한 그 얼굴과 마주한 순간.
전혀 다른 의미로 그녀의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굳이, 그런 식으로 못되게 굴 필요는 없었지만.
그에겐 자신이 있었다.
흔들리지 않을 자신. 그리고 확신.
그때까지 그는 알지 못했다.
장담하듯 내린 이 어리석은 판단과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차가운 말들이
언젠가 부메랑처럼 달려와 후회를 야기하고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말 거란 걸.
화가 나는 건 왜일까.
아니, 난 누구에게 화가 나는 걸까.
최악이다, 이런 건.
잘못된 퍼즐 한 조각이 모든 걸 망쳐버린 것 같은.
그래서 미안하지만,
이런 내가 이기적인 것도 알지만……
당신 옆에서 다른 남자가 웃는 것만큼은 더 이상 보고 싶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