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마주치면 선보라는 엄마의 성화를 피해 영국으로 삼 개월 꽃꽂이 연수를 간 지인은 한 파티의 연회준비를 하던 중 낯선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의 시선을 받는 순간 지인은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다 찢어진 청바지에 민소매 티셔츠, 굵은 팔에는 문신도 있다. 야성적인 눈동자가 타는 듯한 눈길로 지인을 향하고 있었다.
모든 수분을 앗아갈 거 같은 그런 눈길이었다. 길 건너편에서 보고 있는데도 온몸이 달아오를 거 같은 이상한 느낌.
먹이를 노리는 맹수가 앞발로 먹잇감을 찍어 누르는 것 같은 눈빛을 보는 순간 눈동자조차 돌릴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시선이었다.
그런 그와 얼마 지나지 않아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누가 그래? 여기가 탈의실이라고? 여긴 휴게실이지. 쉬고 있는데 들어와서 힘들게 한 건 그쪽이지?”
얼굴이 달아오르고 시간을 잘라낼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실수로 엮인 시간이었다. 다시는 만날 일 없을 그런 사람이었다. 너무 높고. 너무 멀리 떨어진 세계에서 사는 그런 사람.
그러나 그런 그와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연회 데코레이션 계획안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셔서요.”
“마음에 안 들어.”
그의 눈이 강렬하게 지인을 향했다. 불만이 가득한 눈썹이 꿈틀거리며 양미간이 모아져 있는 것이 불편한 심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어디가 마음에 안 드시는지 말씀하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꽃도 모두 종류별로 바꿀 수 있거든요. 아직 주문 전이어서.”
“다 마음에 안 들어. 그 펑퍼짐한 옷들 전부 다. 딱딱한 그 비즈니스 가면까지 말이야.”
그가 지인을 번쩍 들어 올려 테이블 위에 앉혔다. 덕분에 들고 있던 서류들이 와르르 밑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는 서 있었고 지인은 테이블 위에 앉아 있다. 내리꽂히는 그의 눈길에 지인의 가슴이 높이 솟았다. 긴장으로 흉곽이 부풀면서 숨결이 거칠어졌다.
“왜 이래요?”
“당신이 마음에 안 드니까.”
그가 지인의 입술을 겹치며 저도 모르게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달콤한 키스 뒤에는 저절로 눈이 감겼다.
“하아…… 예지인. 진짜 날 미치게 할 작정이군.”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졌으나 감당하기 힘든 그 남자와의 사랑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