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못해 사는 내가…… 살고 싶어졌다…….
사랑을 불신하던 내가…… 사랑을 하고 싶어졌다…….
가슴 속에 분노만을 채웠던 내가……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는 느닷없이 고백했다. 그녀에게…….
“……사랑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최수희 씨와…… 남들 다하는…….”
그의 눈빛, 교묘하게 자신을 살피고 있는 느낌이다. 일면식이 전혀 없는데도, 왠지 익숙한…….
가슴 속에 일렁이는 묘한 흥분. 지금 그녀는 이성의 끈을 간신히 잡고 있는 중이었다.
현관을 겨우 찾아 나오는 내내, 찌릿한 그의 시선을 받았다. 더 이상 그의 얼굴을 쳐다보진 못했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주시하는 따가운 눈빛은 보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었다.
문득 생각을 떠올린 그녀는 저도 모르게 화실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남자의 눈을 캔버스에 그리고야 말았다.
“……내 그림은 왜 그린 겁니까?”
“그냥, 예술적 영감이라고 해두죠.”
“내게서…… 예술적 영감을 받았단 뜻입니까?”
“영감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어요. 나처럼 예술 하는 사람들에겐.”
“그렇군요.”
그 순간, 그의 짙고 어두운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나를 그려요. 자, 최수희 씨의 예술적 영감을 얼마든지 채워주겠단 뜻입니다. 몰래 그리는 짓 따위 하지 말고.”